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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전 악공 우륵의 혼 잇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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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고흥권 선생의 수제자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 모든 사람 매료
오동나무 건조하는 데만 5년 넘게 걸려
사라진 왕국이지만, 가야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가야의 역사를 오롯이 전하는 게 가야금이다.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 덕분에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전통악기다.

가얏고로도 불리는 가야금은 대가야의 흔적이 짙은 고령의 자랑이기도 하다.

가야금은 칼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리의 세계를 꽃피운 도구였다. 이 때문에 악공 우륵은 1500년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소설과 영화와 음악에서 되살아난다.

고령에서 가야금을 만드는 명인을 만났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고흥권 선생의 수제자인 김동환(42)씨. 김씨가 가야금을 만드는 장소는 고령읍 우륵박물관 옆에 마련된 조그마한 공방. 고령군이 서울에서 거주하던 김씨를 5년 전 초청한 것은 대가야와 우륵의 혼을 잇겠다는 생각에서였다. 20년 가깝게 가야금 제작에 혼을 불어넣었던 젊은 명인이 그렇게 고령과 인연을 맺었다.

가야금은 오동나무 공명반에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 줄을 뼈대로 한다. 세로로 맨 줄마다 안족(雁足·기러기발)을 받쳐놓고 손가락으로 뜯어 소리를 낸다. 그는 가야금 제조는 시간과 정성이 빚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전통 악기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동나무를 건조하는 데만 5년이 걸리고, 건조한 나무를 깎는 데 한 달이 걸립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야금 제작 기간이 긴 것은 아니에요. 가야금의 음색이 수천 년 넘게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요.”

김씨의 고객은 일반인에서부터 음악대학 교수까지 폭넓게 분포한다. 국악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주고객이다. 얼마 전에는 “가야금의 소리에 반했다”며 독일인이 3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대개 12현 가야금을 만든다. 간혹 25현은 물론 18현과 21현을 찾는 이들도 있다. 12현을 제외하고는 주문 제작 방식인 경우가 많다. 보급용은 보통 100만원 이내이지만, 연주용은 1000만원에 가깝다. 그러나 대중 악기가 아니다 보니 찾는 이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한 가지 꿈이 있다면, 겨레가 인정한 악기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가야금 소리를 듣고 감동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악기여서만은 아닙니다. 소리가 주는 매력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가야금이 가족이자 동료로 보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가족은 어쩌다 한번 만나지만 가야금은 지속적으로 접촉하기 때문이다.

고령=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