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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처음으로 하느님을 찾은 곳,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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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 지음/도서출판 풀과별/1만8000원
Africa, 아프리카 사람, 아프리카 격언/한상기 지음/도서출판 풀과별/1만8000원


‘누가 아프리카를 미개하다고 하는가.’

서울대 농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7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으로부터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국제열대농학연구소(ITTA)에서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듬해 5월 그곳으로 떠나 23년간 근무하며 현지인들의 주식작물 개량에 일조한 식물유전학자 한상기(77)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이다.

한 교수는 “신과 자연과의 교감을 갈망하는 동서양의 현대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들은 문명과의 단절이나 고독, 소외를 모른다. 춤과 어울림을 좋아하며 직관적으로 융합과 합일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한 교수의 아프리카에 대한 정의는 자명하다.

“아프리카는 인류의 고향이다. 지혜가 싹트고 사람과 사람 간 생각의 소통과 철학, 음악, 춤 등의 문화활동이 시작된 곳이며, 인류가 처음으로 하느님을 찾은 곳이다.”

그는 경험을 통해 아프리카 사람들은 면전면박을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호 마찰을 피하고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간접적이며 암시적인 말로 뜻을 전하는 비결도 터득했다. 마침내 적시적소에 격언을 사용하며 그 속에 깊은 지혜를 담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랜 세월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와 침탈을 겪어온 그들이 낙천적 삶의 전통을 지켜 온 비결은 바로 조상의 지혜가 응축된 격언이었다.

◇한상기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아프리카 주식작물 ‘얌’을 들어보이고 있다. 무게가 자그마치 25㎏에 달해 아프리카 기아 극복에 큰 기여를 했다.
‘Africa, 아프리카 사람, 아프리카 격언’은 한 교수가 아프리카에 체류하는 동안 그 지혜로움에 감탄하여 관심을 갖게 돼 수집한 수천 개의 아프리카 격언 중 150개를 골라 풀이한 책이다. 저자는 아프리카 격언에 깊은 묵상과 성찰을 더해 동서양 사상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자자손손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그들의 격언에는 하늘과 별, 풀과 나무 같은 자연에서부터 그 속에 깃든 정령과 영혼, 신의 세계를 호흡해온 깊은 사유가 고동치고 있다.

‘소리 나는 물은 건너라’, ‘말 많은 새는 둥지를 틀지 못한다’, ‘땅에 빚지지 마라’, ‘보이지 않는 우주를 본다’, ‘누구나 신을 알고 태어난다’ 등 자연에 동화된 특유의 생활 속에서 풍부한 상상력과 기억력을 기초로 빚어낸 그들의 격언에는 사회적 전통과 지혜의 진수, 인간의 본성과 통찰이 담겨 있다.

그들은 추장의 죽음도 ‘잠시 이웃 마을에 나들이 간 것’으로 여긴다. 굳이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지 않는 생사관이다.

한 교수는 생활 속에서 사진으로 기록해 두었던 풍속과 일상을 담아 그들을 보다 가까이서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는 그들의 격언은 ‘논어’에 담긴 공자의 가르침과도 흡사하다.

책을 읽다 보면, 인공적 문명과 동떨어진 세상에서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수한 정신과 영혼, 생활에 지혜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지리적으로는 쉬이 오갈 수 없는 머나먼 땅의 사람들이지만 삶의 근원이 우리와 맞닿아 있고, 문명사회 못지않게 삶의 원초적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힘써 왔음을 깨닫게 된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아프리카 격언은 대부분 비유로 표현되어 있으며 함축적이고 암시적”이라며 “상징적인 지혜가 담겨 있어 현명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진정한 뜻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아프리카 인의 지혜는 ‘자연의 심상으로 사물을 본다’는 것이다. 물질문명에 찌든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며 정화해 주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