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세계(이정범 지음/서해문집/1만5000원)=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와 더불어 일본 3대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오즈와 미조구치가 일본식 정적인 스타일에 집중했다면 구로사와 감독은 좀 더 화려하고 서구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까다로운 평론가이자 감독인 우디 앨런조차 리어왕을 영화로 옮긴 ‘란’을 보고 나서 “셰익스피어를 찍을 수 있는 감독은 구로사와밖에 없다”고 평했다.
세종대 교수이자 영화감독인 저자는 1950∼60년대 구로사와가 만든 영화는 일본보다는 유럽이나 할리우드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구로사와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커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뤽 베송, 우위썬(오우삼) 등의 찬사를 받아 왔으며, 실제로 그들이 만든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구로사와가 세계적인 거장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영화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철저히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안승철 지음/궁리/1만3000원)=수학은 어렵고 산수는 쉽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더하기, 빼기 등 간단한 사칙연산도 못할 경우 답답해하고 “넌 누굴 닮아서 못하니”라고 면박을 준다. 그러나 이런 부모들의 몰이해가 아이의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단국대 의대 생리학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아이들이 숫자와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부모들의 조급증에 제동을 건다. 아이들이 수를 받아들이고 이를 내면화하는 과정은 다분히 생물학적이라고 강조한다. 생물학적이란 수학적 성숙을 위한 아이 나름의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런 시간적인 흐름을 무시하고 영재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에게 빠른 숙달을 강요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김영수 지음/왕의서재/2만8000원)=20년간 사기를 연구해 온 저자가 2007년 펴낸 ‘사기의 인간경영법’의 전면 개정판이다. 저자는 “우리가 사마천을 알고 사기를 읽어야 하는 가장 큰 까닭은 사마천과 사기가 참다운 인간성의 회복과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글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 미국과 더불어 G2(주요 2개국)로 불리며 21세기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중국과 중국인의 참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사기 읽기는 필수적이라고 저자는 권한다.
■이완 맥그리거의 레알 바이크(이완 맥그리거·찰리 부어맨 공저/채인택 옮김/이레/1만3800원)=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찰리 부어맨이 2004년 4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108일간 모터사이클을 타고 프랑스, 벨기에,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등 12개국을 둘러본 여행기다. 여행 거리만 3만5960㎞에 이른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필립 로스 지음/양선아 옮김/새물결/1만3800원)=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미국 작가의 정치풍자소설. 194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라디오 스타 아이라 린골드가 1950년대 매카시의 마녀 사냥에 휘말려 파멸의 길을 걷는 이야기다. 진보 성향의 아이라는 무성영화 스타 이브 프레임과 결혼하지만 신혼생활은 얼마 못 가 파국을 맞는다. 이념 대립의 이면에 숨은 권력을 얻으려는 자들의 추악한 욕망을 날카롭게 드러내면서 20세기 미국 현대사회 인간의 모습을 꼬집는다.
■프랙털 이론과 금융시장(브누아 B. 만델브로트 지음/이진원 옮김/열린책들/1만8000원)=예일대 수리과학과 석좌교수인 저자는 1987년 블랙먼데이를 비롯해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1998년 러시아발 경제위기 등 기존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제 현상의 새로운 분석도구로 프랙털 기하학을 제시한다. 주식시장의 거품이 어떻게 생기고 터지는지, 목화·밀·우량주·환율 등의 가격변동이 생기는 과정 등을 살펴보고 가격 변동성 속에 숨은 패턴을 분석한다. 만델브로트 교수는 자유로운 글로벌시장 경제 속에서 금융시장이 무너질 확률이 지나칠 정도로 과소평가돼 왔다고 지적한다.
■리틀 빅 씽(톰 피터스 지음/최은수 옮김/더난출판/1만8000원)=베스트셀러 ‘초우량 기업의 조건’으로 유명한 세계적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사소함이 전체를 결정한다”면서 잘 나가는 식당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은 화장실 청결 등 식당이 갖추어야 할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역시 금융회사들이 돈을 빌려줄 때 담보 가치를 철저히 따지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 “기업경영을 컨설팅하고 강의를 진행하면서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다”면서 “그 소중한 가치는 많은 기업인이나 개인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들, 즉 사소한 것들”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무너지는 환상(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이수현·천경록 옮김/책갈피/1만3000원)=동구권이 붕괴하기 시작한 1989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공산주의와의 이데올로기 대립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역설하며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좌파 지식인 알렉스 캘리니코스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는 후쿠야마의 이런 신념이 “환상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환상이 무너진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으로 2008년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의 전쟁,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꼽는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의 가치와 신자유주의가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