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이번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정치에 직접 참여하려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속속 부상하고 있다. 박원순 선거 캠프에서 전략기획담당 특보로 활동했던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은 이르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박 캠프 총괄기획단장을 맡은 하승수 변호사는 녹색당을 창당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요 시민단체의 사무처장이 보통 40대 중반인데 이들은 임기가 끝나고 나면 시민운동 안에서 새로운 비전을 찾고 자기 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정치권에 가서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제 정책국장은 “어떤 선거든 시민단체가 좋은 정책과 나쁜 후보자 선별 등으로 참여해 왔다”며 “개인적 능력이 검증된 시민단체 활동가라면 전문가나 군인처럼 정치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활동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 시민중계실 신종원 부장도 “정치권과의 협약과 정계 진출은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모르겠지만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고, 또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민단체의 정치 참여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시민단체가 정치 참여에 매몰돼 자칫 정치인 양성 코스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사회학)는 “시민단체는 정당이나 사회를 감시하는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은) 제5의 기구가 돼야 하는데 직접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며 “시민단체가 정치 참여의 준단계로 인식된다면 시민단체 감시기능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균관대 김석호 교수(사회학)도 “정치가 기능을 못해서 일시적으로 시민단체가 나설 수 있지만 이것이 계속되면 정치나 시민단체 모두 안 좋다. 시민단체가 정치 엘리트를 양성하기 위한 통로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신복룡 교수(정치외교학)는 “지금은 정당 정치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나선 것이지만 그들이 권력의 과실을 탐해서는 안 된다”며 “여기저기서 권력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 시민단체의 비판기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우상규·오현태·이현미 기자 skwo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