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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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입양 여전히 1위… 부끄러운 한국

美국무부, 해외 입양 보고서
1년간 734명… 우간다·인도順
13위 경제대국 이미지 먹칠… 국내 입양 기피문화 개선돼야
최근 1년간 미국 가정에 입양된 아동 3명 중 1명은 한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수출 1위국’이라는 불명예는 벗었지만 미국 내 입양아 출신국 통계는 여전히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이다.
미 국무부가 연례적으로 발표하는 2010∼2011 회계연도 해외 입양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정에 입양되는 외국 아동 중 한국 출신이 734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숫자는 미국으로 입양돼 미국에 그대로 잔류한 아동수를 집계한 것이다.

외국에서 온 아동은 미국을 거쳐 제3국으로 입양되기도 했다. 일단 미국으로 들어오는 입양아의 숫자만 따지면 중국이 2589명으로 가장 많고, 에티오피아 1727명, 러시아 970명이었으며 한국은 736명으로 네 번째다.

미국을 거쳐간 전체 입양아 7237명 가운데 한국 아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10.1%. 미국 가정에 입양된 아동 숫자로는 한국 출신이 무려 36%에 달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아동은 모두 736명이었으며, 이 중 734명이 미국 가정에 입양됐고 나머지 2명은 다시 제3국으로 떠났다. 중국 출신의 아동은 2589명이 미국에 왔으나 48명만 잔류했을 뿐 2541명이 다른 나라에 최종 입양됐다.

미국 가정에 입양된 아동의 출신국은 한국에 이어 우간다 196명, 인도 168명, 에티오피아 126명, 콩고 116명이었다.

‘입양아 수출 대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가 2007년 ‘해외입양 쿼터제’를 도입하면서 미국 가정에 입양되는 한국 아동 숫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8∼2009 회계연도에는 1079명이었으나 2009∼2010 회계연도에는 863명으로 줄었고, 2010∼2011 회계연도에 736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그 전해보다 14.7%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세계 13위 경제대국인 한국에서 여전히 미국을 비롯한 해외입양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국제적 망신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인 해외 입양 아동 숫자는 현재 20만명을 훨씬 넘어 세계 최대 규모에 이른다. 20만명이 넘는 해외 입양아의 3분의 2가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부끄러운 한국의 해외입양 역사는 6·25 전쟁이 끝난 후인 1958년부터 시작됐다. 종전 직후에는 전쟁 고아가 주로 해외로 입양됐으나 지난 20여년간은 미혼모 아기들이 대부분 입양 대상이 됐다. ‘해외입양 쿼터제’가 도입된 2007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국내 입양이 1388명으로 해외 입양 1264명보다 많았다.

한국의 해외 아동 입양 문제는 북한까지 조롱거리로 삼고 있지만 국내 입양 문화의 미성숙, 사생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으로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