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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왕국' 백제로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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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로 가는길
충청남도 공주는 특별한 도시다. 이웃한 같은 백제 왕도 부여, 신라 왕도 경상북도 경주와 함께 삼국시대를 기억하는 몇 안 되는 고도(古都)이자 경주 다음으로 많은 국보와 보물, 사적, 명승을 보유한 보물창고와 같은 도시이다. 시내 어디를 가도 한때 한반도 패권은 물론 동북아시아를 주름잡았던 백제인의 기상이 배어 있다. 공주는 요즘 한창 ‘5도2촌 주말도시 공주’를 외치고 있다. 평일 5일은 도시에서, 주말 2일은 공주에서 지내자는 귀촌·귀향 캠페인이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 이내이고, 세종시와 인접해 있는 공주가 고즈넉이 다가오고 있다. 계절답지 않게 이슬비 내리는 겨울 날 판소리 명창 박동진, 프로골퍼 박세리, 야구선수 박찬호 등 이른바 ‘3박’을 배출한 공주로 달려가 보았다.

공주 공산성 맨 위에서 내려다본 성곽. 성곽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 여행객은 물론 주민들의 걷기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공주엔 국보(16종)·보물(18개)·사적(9개)·명승(1개)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43개가 있다. 도지정문화재도 유형문화재(36개)·기념물(19개)·무형문화재(5개)·민속자료(2개) 등 62개가 등록돼 있다. 국보 중 12종 17점은 무령왕릉(송산리 7호분)에서 출토됐다. 그중 왕과 왕비의 관장식과 귀걸이, 곱은옥, 석수(石獸), 글자 있는 용장식 은팔찌, 청동거울, 받침 있는 은잔, 용·봉황을 장식한 큰칼은 백제 예술의 높은 수준을 드러내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계유명삼존천불비상(제108호),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제247호)과 갑사삼신불괘불탱(제298호), 신원사노나불괘불탱(제299호)도 당당히 국보 지위를 누리고 있다.

무령왕(재위 461∼523)과 왕비의 합장릉인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왕릉 중 유일하게 묘지석이 함께 발견돼 무덤 주인이 확실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왕릉은 훼손을 우려해 1997년 영구 폐쇄하고, 실제와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모형관을 만들어 2003년부터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공주는 백제가 부여로 천도하는 사비시대를 열기 전엔 475년부터 538년까지 문주왕·삼근왕·동성왕·무령왕·성왕 등 5대 64년간의 왕도답게 곳곳에 이를 증명하는 문화재들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게 웅진시대 백제의 왕궁터가 남아 있는 공산성(사적 12호)이다. 백제 때는 웅진성, 고려시대엔 공주산성·공산성, 조선 인조 이후에는 쌍수산성으로 불린 공산성은 북으로 금강이 흐르는 해발 110m의 가파른 능선에 위치하는 천혜의 요새. 성곽의 총 길이는 2660m나 돼 산책코스로 제격이다. 금서루·공북루·영동루·진남루 등 동서남북 4개의 누와 동성왕의 연회 장소였던 임류각, 조선시대 임금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머물던 쌍수정, 공산성의 우물인 연지, 임진왜란 때 승병의 합숙소였던 영은사 등이 복원돼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진남루 바로 안엔 박찬호 선수가 고교시절 타이어를 걸고 훈련했다는 나무가 버티고 있어 성을 찾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지난해엔 성안마을에서 백제 멸망기 옻칠한 가죽 갑옷이 발굴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 선생이 머물던 천년고찰 ‘마곡사’.
한때 압록강철교, 한강철교, 낙동강철교와 함께 4대 철교로 불렸던 금강교도 공주의 명물이다. 6·25전쟁 때 교량의 3분의 2가 파괴되었으나 1956년 복구됐다. 금강교 바로 옆엔 철거된 배다리가 강물에 휩쓸리고 있어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은 서둘러야 할 것 같다. 공주보가 준공된 후 메말랐던 강물이 불어나고 강폭이 넓어져 고마나루 주변을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주엔 또한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 때 보조국사가 중건한 천년고찰 마곡사, 비구니들의 참선 도량인 동학사, 화엄종 10대 사찰이자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갑사, 영(靈)의 기운이 세다는 신원사, 구절초가 만발한 영평사 등 전통사찰과 천주교 성지인 황새바위 순교지, 동학농민군의 마지막 항전지였던 우금치전적지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 선생이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후 잠시 은거하던 마곡사엔 여러 번 돌수록 극락과 가까워진다는 싸리나무 기둥이 있는 ‘대광보전’(보물 제802호)과 오층석탑(보물 제799호), 영산전(보물 제800호) 등 여러 개의 보물이 있고, 최근엔 공주시가 백범명상길(1코스), 명상산책길(2코스), 송림숲길(3코스) 등 마곡사 솔바람길 세 코스를 개발해 걷기 명소로 홍보하고 있다. 영은암·대원암·은적암·백련암·청련암·부용암·북사섭암 등 부속 암자에 오르는 길목도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공주=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여행정보

●교통 △승용차=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국도∼공주IC, 호남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국도∼남공주IC, 경부고속도로∼대전당진고속국도∼공주IC △고속버스=강남고속버스터미널, 남부시외버스터미널,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공주(1시간30분) △철도=서울역∼천안역∼논산시외버스터미널

●맛집 △고마루돌쌈집(쌈정식·041-857-9999), 매향화로구이(고추장삼겹살·881-3161), 새이학가든(국밥·855-7080), 다래원(한정식·간장게장·885-5518), 금강관(한정식·857-6700), 예가촌(삼계탕·857-3355), 농가식당(밤묵밥·881-8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