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언어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읊어온 ‘따뜻한 서정시인’ 나태주(67) 시인을 충청남도 공주에서 만난 것은 뜻밖이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시인 중에 흔치 않게 전집까지 낸 나 시인은 2009년부터 공주문화원장을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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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주 공주문화원장이 “벽에 걸린 공주를 소재로 한 풍경화를 보면 늘 행복하다”고 말하며 맑게 웃는다. |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장으로 정년퇴임 할 때까지 44년을 초등학교 교사와 시인으로 살아온 나 시인은 그동안 시집 31권과 산문집 10권 등 약 70권의 책을 펴냈다.
“조만간 32번째 시집이 나올 겁니다. 남들은 시인이라고 하면 부러워하지만 시인은 숙명적으로 저주받은 사람입니다. 사람의 언어,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시어’라는 것을 짜내는 건 그 자체가 고통입니다.”
나 시인은 정년을 앞두고 ‘범발성담증성복막염’이라는 희귀병으로 6개월을 입원치료 받았다. 12일 동안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앓다 정년퇴임일 11일 전에 극적으로 퇴원했다.
“담당 의사가 ‘죽을 사람이라 안 받겠다’고 할 정도로 병이 악화된 상태에서 입원해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다 버텨 다시 살아나는 체험을 했습니다. 그 후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이라도(시간), 이만큼이라도(공간, 물질) 주어진 데 대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매일매일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날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2009년 선출직인 공주문화원장을 맡은 후 나 시인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해방되는 해 서천에서 태어나 1963년 공주사범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공주’와 인연을 맺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대도시에서 살아본 일이 없이 늘 시골을 맴돌며 살았는데, 30년 이상 산 공주는 제가 산 도시 가운데 가장 큰 시골 도시입니다. 공주는 산과 강, 들, 나무 등 자연이 뱉어내지 않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나 시인은 문화원장 취임 후 ‘공주’ 관련 연구도서 발행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공주의 전통마을’ ‘공주를 사랑한 문화예술인들’ ‘공주 말 사전:공주의 사투리·민속·속담·생활용어사전’ ‘명사와 함께하는 공주여행’ 등을 펴냈고, 학술시리즈 ‘뿌리찾기’와 격월간 ‘공주문화’도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문화원장 취임 후 문턱을 낮추고 모두 함께 가는 데 힘을 모았습니다. 문화원은 업무상 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과 갈등이 있을 수 있고 행정기관과도 보조를 맞추기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같이 간다’는 정신으로 협조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떨어져 나가고 나누어지고 각자 가는 게 아니라, 화합하고 같이 가는 게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게 문화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는 나 시인은 “예총의 창작 분야를 침범하지 않고, 고장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주민의 문화의식을 높여 공주 사람들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문화원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나 시인은 나아가 “학교에서 맡고 있는 미성년자 교육과, 노인대학에서 맡고 있는 노인 교육을 제외한 성인문화교육은 문화원이 맡는 등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연극, 미술, 국악, 무용, 서예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