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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무대를 끝없이 만드는 것…제자들을 위한 최고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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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있는 발레갈라 공연’ 진행하는 김선희 한예종 교수
최근 수년간 한국예종 무용원이 한국 발레스타의 산실로 명성을 얻은 배경은 뭘까.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의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누아홀에서 열린 김선희 교수(한국예종 무용원)의 해설이 있는 발레갈라 공연은 그 이유를 절로 확인케 한 무대였다.

“국제 콩쿠르와 무대 출연만큼 좋은 연습실이 없다”는 김 교수의 교육 철학이 빚어낸 공연은 프로발레단 무대 못지않았다. 낮시간대 열린 공연의 객석은 가득찼고 호응은 뜨거웠다. 세계적 콩쿠르 수상자들이 즐비한 김선희발레단의 무대는 신선함과 기량이 어우러진 한 판의 발레 잔칫상이었다.

“이 무대를 위해 두 달간의 방학기간 한예종 무용원과 한국예술영재교육원 학생들은 하루도 못 쉬고 연습했어요. 하지만 아이들한테 이건 너희들을 위한 희생이라고 강조했어요. 이들은 지속적으로 무대에서 뛰어야 하는 영 아티스트들이고 좋은 무대야말로 관객 대중화를 이루는 기반이니까요.”

무대 아래서 만난 김 교수는 재능의 꽃을 활짝 꽃피우고 있는 제자들을 빛나게 해줄 반석을 마련해주는 것도 교육자로서 자신의 몫이라고 강조했다.“내가 안 움직이면 애써 키워놓은 무용수들을 봐줄 관객이 없다.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한예종에서 키워놓은 인력들인데, 인력낭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무대를 끝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가 시간을 쪼개 공연을 만드는 이유다.

‘발레계의 박칼린’이라는 그의 별명을 언급했더니 “난 그보다 더한 호랑이선생님”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주임교수까지 맡고 있는 그는 “지금은 세계적 발레 스타지만 어릴 땐 내가 무서워서 연습복에 오줌을 싼 아이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예술가로 성장하는 데 비주얼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내든 독기든 길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자들을 “발레로 키운 내 자식들”이라고 부른다. 가난해서 발레를 중단할 위기에 처한 제자들은 후원자를 찾아주고, 부상으로 쓰러진 제자들에겐 일어설 무대를 만들어줬다. 지난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자리에서 물러난 발레리노 김현웅을 이탈리아 국제무용콩쿠르에 출전하는 심현희의 파트너로 세워 현지에서 예정에 없던 베스트파드되 상을 받게 해 주목받았다. 또 2009년엔 8개월간 부상으로 쉬고 있던 발레리나 이은원을 자신의 창작 발레 ‘인어공주’ 주역에 발탁, 이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고 주역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모든 무용수들이 평생 탱크처럼 견고하게 밀고나갈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시행착오를 겪도록 격려하고 뒤에서 지켜주는 비자금 같은 존재가 스승”이라고 그는 믿는다.

이를 위해 전문 조명, 무대 디자이너까지 동원하며 프로 못지않은 무대를 만드는 그는 10∼11일 ‘오페라발레 뮤즈 2012’(한국예종 석관동캠퍼스 예술극장)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에는 특히 150여명의 다문화가정 관객을 초청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발레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공부로만 평가하니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적응 못하고 왕따 문제가 일어나는 거 아닙니까. 다문화가정 아이들 중 발레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키워주고 싶습니다. 필리핀만 해도 6개 발레단을 갖고 있어서 한예종 졸업생 중에 필리핀에 진출한 제자도 있어요.”

이번 무대에선 김 교수의 제자인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한서혜가 출연해 푸치니 ‘투란도트’ 중 아리아 ‘공주는 잠못 이루고’를 배경으로 독무를 춰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 푸치니, 마스네 등의 익숙한 오페라 아리아 6곡을 바탕으로 안무한 춤과 ‘지젤’ ‘돈키호테’ 등 고전발레 파드되를 갈라 형식으로 선보인다. 오펜바흐의 ‘지옥에 간 오르페’ 중 ‘캉캉’ 춤을 접시치마를 입은 12인조 발레리노들의 재기발랄한 군무로 비트는 등 국제콩쿠르에서 수상한 영 아티스트에서부터 프로 무용수들의 무대를 두루 만날 수 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