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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조현오, 김용민, 김구라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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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치 혀 잘못 놀려 신세 망쳐
남을 아프게 하는 말은 흉기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마인드 컨트롤이 그만큼 중요하다. 선수들이 티샷을 할 때 진행요원들은 주위를 조용히 시킨다. 잡음이나 재채기, 카메라 셔터 등 미세한 소리에도 선수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 하나에 거액의 상금이 걸려 있다 보니 갤러리들의 작은 말이 거슬릴 법도 하다.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김기동 사회부 차장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얼마 전 검찰에 불려 나왔다. 서울경찰청장 시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 때문이다. 현직을 떠났다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10만 경찰의 수장이었던 그가 포토라인에 선 자체가 경찰조직으로서는 수치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도 함바 비리에 연루돼 쇠고랑을 찼다. 조 전 청장은 강 전 청장과는 다르다. 이권에 얽힌 비리가 아닌 단순한 ‘말 한마디’가 화근이다.

그는 2010년 경찰 내부 워크숍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기 전날 거액이 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발언했고,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은 그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수사 중인 사안을 두고 현 시점에서 죄의 유무를 따지기는 어렵다. 그래도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할 말과 안 할 말이 따로 있다. 일반인이 아닌 직원 대상의 내부 행사라고 해도 공인으로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이 받을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감안했어야 했다. 굳이 강연에 필요했다면 다른 사례를 들어도 충분하다. 그는 검찰 조사 전후로 노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거듭 사과했지만 연이어 의혹을 제기하는 ‘이중행태’를 보이면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세 치 혀로 흥한 자 세 치 혀로 망한다’고 했다. 때와 장소를 가려 신중하게 말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굳이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을 쓰지 않더라도 말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몇 마디 대화 속에서 상대방의 성격과 품성을 파악할 수도 있다.

과거 막말의 대명사는 정치판이었다. 검증되지도 걸러지지도 않은 욕설과 비방이 난무했고, 그런 현실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나랏님들의 거친 말이 국격만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세 치 혀의 ‘가벼움’은 이제 정치권 인사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법조계와 방송, 사이버공간 등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사실과 논리가 배제된 막가파식 발언이 넘쳐난다. 나꼼수의 김용민, 방송인 김구라도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국민적 지탄을 받은 대표적 인물이다. 낯 뜨거운 저속어 탓에 TV 채널 돌리기가 겁날 정도다.

사회정의의 보루로 불리는 사법부도 ‘가카빅엿’ ‘가카새끼짬뽕’ 등 비속어를 쏟아내며 막말 퍼레이드에 가세했다. 사법부를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의 디케(Dike·정의의 여신)까지는 아니더라도 판사들의 본분은 공명정대한 ‘판결문’ 하나로 족하다.

굳이 말이 아니더라도 일부 대중 역시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사이버 공간에서 ‘신상털기’를 통한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게 현실이다.

새삼 작고한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가 떠오른다. 철저한 ‘원칙론자’였던 그는 허투루 말하는 법이 절대 없었다. 한은총재가 던진 말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주변에서 답답하다는 얘기를 하면 그는 “때로는 눌변이 달변보다 훌륭하다”고 맞받아쳤다. 극단으로 치닫는 말의 홍수 속에서 새삼 그가 생각난다.

남을 아프게 하는 말은 ‘흉기’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나 짤막한 메시지에 누구나 한두 번쯤은 전율을 느껴봤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말’이 가진 진정한 힘이다.

김기동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