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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빵빵 대학생 "싼값의 아르바이트생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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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청춘’ 울리는 ‘얌체 상술’ 판친다
스펙 미끼 대학생 봉사단 뽑아놓고 잡일만…
서포터스·소셜마케터 등 기업 “경험 쌓을 기회” 유혹
실무 대신 홍보 수단 악용…“시간·노동력만 허비” 울분
‘스펙’이 뭐길래….

취업대란 속에서 스펙 쌓기에 안간힘을 쓰는 대학생들이 이를 악용하는 기업 상술에 농락당하고 있다. ‘서포터스’, ‘홍보대사’, ‘공모전’ 등 대학생을 상대로 한 기업 대외활동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지만 상당수는 시간과 노동력만 뺏어가는 업체 홍보수단으로 변질된 탓이다.

15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대학생 대외활동 프로그램 공모 현황을 분석한 결과 7월 둘째주 현재 학생들을 모집 중인 곳만 100개를 웃돌았다.

자원봉사단에서부터 자사 홍보 서포터스, 공모전, 소셜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학생들 끌어들이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었다. 스펙도 쌓고 경험도 얻을 수 있다는 이들 프로그램에 대학생들도 적극적이다.

아르바이트 사이트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977명을 상대로 올 여름방학 계획을 조사한 결과 22.2%가 ‘스펙 쌓기에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한 대기업의 대학생 해외봉사단 모집에는 500명 선발에 1만3500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업은 자사 홍보나 잠재 고객유치에 눈멀어 부실 대외활동을 양산하고 있어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실무 체험’이나 ‘다양한 경험’을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허울뿐인 활동에 이용만 당하는 꼴이다.

여대생 정모(24)씨는 최근 한 대기업의 학생 마케터로 선발돼 활동했지만 얻은 것은 실망뿐이었다. 활동기간 내내 기업체에서 보내주는 홍보성 전단지를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나르는 일만 했을 뿐이다. 분명 온·오프라인 병행, 홍보활동 체험이 명시돼 있었지만 한 차례도 이뤄진 적이 없다. 정씨는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 봉사단 활동에 참여 중인 대학생 A(26)씨도 불만이 많다. 그는 “봉사활동을 동영상으로 찍고 후기도 강제로 써야 한다”며 “공기업 홍보를 위해 봉사단을 운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사 유니폼 공모전을 연 한 기업체는 수백명의 대학생이 응모하자 수상자도 뽑지 않은 채 서둘러 막을 내리기도 했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응모하자 바로 행사를 포기한 것. 홍보성 이벤트가 필요했을 뿐이었다는 뜻이다.

청년유니온 한지혜 위원장은 “취업이 절실한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부실한 프로그램이라도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절박한 학생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