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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진짜 예술을”… 작가 19명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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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달간 대중과 만나는 거리 예술가 집단 ‘SUP’
폐허가 된 동네·번화가 뒷골목 등이 작업실 겸 갤러리
일반인 체험 워크숍·프로젝트 돌아보는 영상회 개최
아주 옛날엔 예술이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투자 대상이나 소수의 전유물로 바뀌면서 예술 작품은 미술관이나 갤러리로 들어가게 됐다. 거리에서 멀어진 예술, 대중과 유리된 예술을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진짜 예술을 살아 있는 거리에서’라는 메시지를 실천하며 예술의 원형을 찾는 작가들이 있다. ‘서울 어반 아트 프로젝트(SUP·Seoul Urban Art Project)’는 함께 혹은 따로 서울 거리를 작업실 삼아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치는 작가들의 모임이다. 거리 예술가 정크하우스·헤즈·이아람·모즈·가루, 그라피티 작가 한디·바사라, 비주얼 작가 빠키, 페인터 양자주·황정원·김시훈, 사진작가 황준오·서준석·티제이(TJ)·김헌수·조니 엘스, 미국 작가 에릭 데이비스·제이미 브루노·프레너미 등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반달·코마·킬드런·엔조·장콸·임소연·레니 코레아·스피크 크립틱 등이 객원 및 파트너로 활동한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 북아현동, 이태원, 을지로, 도하부대, 당고개에서 거리예술을 펼쳤다. 뉴타운 개발로 폐허가 된 동네, 찬란한 번화가의 소외된 뒷골목, 도심 속 군부대, 서울에서 가장 먼 서울 등이 이들의 작업실이자 갤러리로 새롭게 변신했다. 

거리 예술가 그룹 ‘서울 어반 아트 프로젝트’의 한디·가루·빠키·티제이(왼쪽부터). 남정탁 기자
SUP가 5월 한 달간 대중과 만남을 갖는다. KT&G상상마당이 예술·문화계 새 흐름을 소개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프로젝트 ‘크리에이티브 그룹을 만나다: 헬로 스트레인저(Hello Stranger)’의 첫 번째 그룹으로 선정된 것. 상상마당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매달 창의적인 그룹을 선정해 대중에게 소개하고 작가와 대중이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SUP는 10일 토크 세미나에서 ‘스트리트 아트, 서울의 거리를 발견하다’라는 주제로 그간 작업과 거리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는다. 14·18·21일에는 대중과 작가가 함께하는 체험 워크숍을, 29일에는 1년간의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영상 상영회를 연다.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SUP 작가 가루(40)·한디(36)·빠키(35)·티제이(30)를 만났다,

―SUP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작가 정크하우스를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그라피티 작가들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데 거리 예술가들은 같이 모여 작업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거리 예술가도 모여서 뭔가 해 보자’ 해서 시작됐다. 북아현동 작업 이후 이런 형식으로 매달 이슈를 정해서 가보면 재미있겠다는 의견이 모아져서 하게 됐다.”(가루)

―그간 서울 거리에서 펼친 작업을 소개하자면.

“내 작업의 주제는 ‘안녕’이다. 안녕은 우리가 인사할 때 편안하게 건네는 말이다. 하지만 재개발지역은 결코 안녕하지 못하다. 사람들은 쫓겨나가고, 공간은 비어 있다. 안녕을 말하는 캐릭터를 빈집의 벽이나 담장에 그림으로써 이들이 진정 안녕한지 묻고 싶었다.”(한디)

“나는 빈집을 포장하듯 감싸는 작업을 한다. 서울은 빠르게 변화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일방적인 변화는 이질감을 만들어내는데 그런 도시가 외롭게 느껴졌다. 빈집을 특정 패턴으로 감싸면서 도시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했다.”(빠키)

“보통 예술 작업은 결과물을 중시한다. 하지만 나는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단순히 SUP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건 아니다. 영상 안에 내 생각과 시선을 담는다. 단선적으로 보이는 과정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티제이)

“나는 빈집의 벽을 복제하는 작업을 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떠나는 주민들이 짐을 싸듯 집도 싸갈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기존의 벽을 복제해 새로운 공간에 옮김으로써 이주민의 심리적인 상처를 치유하고자 했다.”(가루)

빠키·김헌수의 서울 을지로 작업. KT&G상상마당 제공
―보통 거리에서 작업이 진행되는데, 장소에 대한 허락을 미리 받는 건가.

“작가마다 다르다. 건물 주인이나 소유자에게 허락을 받는 경우도 있고, 몰래 하는 경우도 있다. 거리예술의 기본 정신은 사전 허락 없이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은 몰래 하는 걸 선호한다. 아직까진 이것(사전 동의 없이 행해진 거리예술) 때문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다만, 그림이 마음에 들지만 장소가 적절치 않으니 다른 곳에 그림을 그려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은 있다.”(가루)

정크하우스·헤즈의 서울 북아현동 작업. KT&G 상상마당 제공
―작업을 통해 느낀 서울에 대한 인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서울은 ‘스크래치 복권’이다. 스크래치 복권도 은박으로 덮여 있어 속을 알 수 없다. 직접 긁어보지 않으면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 꽝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감춰진 것들은 초라할 뿐이다.”(가루)

“서울은 ‘뽑기’다. 뭘 뽑아도 뭔지는 몰라도 매번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서울이라는 곳에서 항상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티제이)

“서울은 ‘불완전한 스펙트럼’이다. 서울은 아름다운 빛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시대·역사적 상황으로 서울의 참모습이 가치 있게 비치지 않고 있다. 서울 본연의 아름다운 빛을 찾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빠키)

“서울은 ‘색상’이다. 사람의 개성을 다른 말로 ‘색’이라 한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서울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이뤄져 있다. 색의 혼합이 그렇듯 사람들의 만남은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한디)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