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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도 힘든데… 그림 그리는 연예인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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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원조… 화투 등 소재로 40여 차례 전시회
하정우 ‘피에로 연작’ 선봬… 솔비는 추상적 표현
“미술시장 활성화” vs “기성 작가 소외” 찬반론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 B홀에서는 제8회 서울오픈아트페어(Seoul Open Art Fair)가 열렸다. 참가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 서울오픈아트페어는 국내 아트페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꼽힌다. 올해는 국내화랑 84곳과 해외화랑 3곳이 참여해 총 5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넒은 아트페어 현장 가운데 유난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스타 자선 전시장. 강석우·김영호·박상원·백승주·솔비·하정우 등 연예인 6명이 자신의 그림을 전시해놓은 곳이었다. 

가수 조영남(좌)의 ‘극동에서 온 꽃, 서양에서 온 코카콜라’(우).
◆그림 그리는 연예인


바야흐로 그림 그리는 연예인 전성시대다. 익히 잘 알려진 조영남·심은하·김혜수 이외에도 배우 조재현·유준상·하정우·구혜선, 가수 나얼·솔비·리사, 개그맨 임혁필 등이 그림을 그리며 미술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림 그리는 연예인의 원조는 가수 조영남(68)이다. ‘화투 그림’으로 알려진 그는 1973년 서울 인사동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지금까지 40여 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다. 조영남은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스스로 화가 겸 가수, 즉 ‘화수(畵手)’라 부르며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다. 화투, 코카콜라 같은 대중적인 소재로 유쾌하고 재미있는 그림을 그린다. 호당 가격은 30만원 정도.

그림이 잘 팔리는 연예인으로는 배우 하정우(35)가 있다. 2003년부터 그림을 그렸고, 2010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아버지인 배우 김용건은 서양화가 오치균을 좋아하는 소문난 컬렉터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보고 자랐으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피에로’에 빗대 표현한 피에로 연작을 선보였다. 호당 가격은 15만∼20만원.

가수 솔비(29) 역시 그림 배우기를 시작해 지난해 7월 첫 개인전을 열었다. 연예인을 하면서 겪었던 마음의 상처를 풀어낸 그림들이다. 추상적으로 표현된 그의 그림은 화려한 원색과 역동적인 구성이 특징이다. 

가수 솔비(좌)의 ‘현주소 또는 삐딱선’(우).
◆미술 시장 활성화 VS 기성 작가 소외


연예인들의 미술 활동에 대한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반인들은 예술의 경계를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학생 정주용(26)씨는 “현대 미술은 어렵고 복잡해서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며 “하지만 연예인 작가가 그렸다고 하면 훨씬 더 친근감 있게 느껴져서 호기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희복(56·여)씨는 “평소 배우 하정우를 좋아해서 출연작을 챙겨보곤 하는데, 그가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했다”며 “자연스럽게 그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갤러리 측은 전시 홍보 효과 상승을 긍정적인 요소로 본다. 현재 조영남의 특별전 ‘코카콜라프렌즈’가 열리고 있는 나무컨템포래리의 김연희 큐레이터는 “일반 작가분들의 전시를 할 때는 미술계 종사자들만 관심을 갖는데, 연예인이 전시를 하니 일반인까지 관심을 보여 확실히 온도 차이를 느낀다”며 “전시 공간에 대한 홍보 효과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배우 하정우(좌)의 ‘미스터 론리(Mr. Lonely)’(우).
반면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연예인 화가에만 관심이 집중돼 오랜 세월 작업에만 매달린 기성 화가들을 소외시킨다는 거다. 화가 신모(32)씨는 “일반 작가는 미대를 졸업하고 작업에만 목숨 걸어도 주목받기 힘들다”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쉽게 작가 칭호를 받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조각가 최모(41)씨는 “취미로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작품성까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는 것 같다”며 “작가 입장으로서는 억울하다고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작품 수준에 대한 비판도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경향 아티클 편집장)는 “인기를 제외하고 작품성만 놓고 보면, 작가적인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며 “서구의 유명 작품을 모방한 듯한, 창의성이 떨어지는 그림이 많아 작가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스타 마케팅을 통한 미술 활성화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009년 서울오픈아트페어 때부터 스타 전시가 생겼는데, 그해 관람객은 늘었지만 실제 작품 판매율은 전년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었다”며 “호객 요인은 되겠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목적인 매매 활성화로 이어지는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