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명함 만들기 지원에 5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이달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약 보름간 명함을 신청한 교사는 60명가량이다.
서울교육청은 17일 "교사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명함을 만들어줘 사기를 올리고 자존심을 회복해주자는 취지"라며 "희망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나타낼 수 있는 문구를 넣어 디자인한 명함을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수학습 전문가', '상담 전문', '미술대전 입선작가', '인성지도 노하우 장기경험자' 등의 문구를 넣은 명함을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고 기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엇갈린다.
'다른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교사도 명함을 가져야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학교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로구 한 초등학교의 김 모(51)교사는 "명함은 주로 공식적·영업적 관계에서 필요한 것인데 반 아이들과 매일 같이 생활하며 관계를 맺어가는 선생님에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교사들이 명함이 만들지 않은 것은 이런 특수성 때문 아니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성북구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인 박 모(39) 교사는 "정말로 교원의 사기진작을 하고 싶다면 복지나 정책 차원에서 교권을 세울 수 있는 보다 실용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교사가 명함을 돌리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게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서울지부 관계자는 "교사의 자긍심을 높여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교사가 명함을 주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선생님들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충북 청주에서는 한 중학교 교사가 자신의 계좌번호가 찍힌 명함을 돌렸다가 문제가 돼 사직했다. 최근에도 강북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계좌번호 명함을 수년째 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반면 교사출신인 한 장학관은 "교사들이 명함을 만드는 것을 놓고 불순한 저의가 있다고 보는 시각 자체가 교사에 대한 명예훼손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교사들도 명함을 만드는 만큼 한층 더 사명감을 갖고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학부모 김모(45)씨는 "선생님들도 직업인 인만큼 얼마든지 명함을 만들 수 있다"면서도 "다만명함 만들기는 교사 자율이어야 하는데도 교육청에서 명함을 만들라고 권하고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까지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관계자는 "서울교육청은 명함 만들기나 '행복 출석부'같은 '전시행정'을 당장 중단하고 실질적으로 학교현장이 바뀔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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