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몸은 간간이 늙은 몸속이다. 어떻게 보면/ 투명한, 이게 무슨 소리지? 어떻게 보면 무덤이라는/ 소리. 아직 광경은 생화학을 주재하는 두 손/ (누구?). 육화인 성교, 그러나 무덤이라는/ 소리, 떨림의 몸. 아직 광경은 자연과 추상이/ 평면 속으로 색의 몸을 섞는/ 이야기. 그러나 죽음이라는/ 소리는 말씀의 집인 고요.”
새 시집은 이처럼 ‘죽음’에 관한 작품이 유독 많다. ‘장모 승천’과 ‘국광(國光)과 정전(停電)’이 대표적이다. 연작시 ‘전집의 역전’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유명인사들도 대부분 작고했다.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 시인은 늙어감을 탄식하는 걸까.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황현산(68) 고려대 명예교수가 시 해설을 썼는데 이게 또 독특하다. “정환아”라고 다정하게 이름을 부른 황 평론가는 김씨를 바로 옆에서 대하듯 살가운 표현을 이어간다. 평론이 아니고 편지가 돼버렸다.
김씨는 자신이 번역을 맡은 ‘세계시인전집’(문학동네)에서 프랑스어권 시인을 모조리 빼 화제가 됐다. “황현산이란 걸출한 번역가가 있어 괜히 내가 나섰다간 망신만 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역시 ‘능력자’끼리는 서로 알아보는 걸까. 9살 차이 나는 문단 선후배 간의 우정이 보기 좋다.
김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