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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스탈린의 함정에 빠져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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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침·북침설 등 학계 뜨거운 논쟁속
6·25전쟁의 발발 원인 재조명 역설
외면받던 사건들 제3 시각으로 조명
박태균 지음/역사비평사/1만6000원
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박태균 지음/역사비평사/1만6000원


6·25전쟁은 김일성의 남침 야욕으로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든 민족의 비극이다. 하지만 김일성의 꼬드김으로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남침에 동조했다는 주장은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김일성의 세 치 혀에 놀아났다는, 과거 일부 보수 학자들의 견해는 그야말로 권위주의 시대에나 통용되는 단세포적 사고방식이다. 소련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자기 나라가 손해 볼 엄청난 프로젝트를, 김일성이라는 소련군 앞잡이의 말에 따라 결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련이나 중국 공산당은 각각 이익이 예상되기에 비극적 대사건에 동조했을 것이다. 이런 가설 위에 나온 학설들이 분분하다.

현재 학계는 6·25의 원인과 관련해 남침설, 북침설, 남침유도설 등으로 갈려 논쟁 중이다. 한국 현대사 전문가인 박태균 서울대 교수의 ‘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은 현재 힘을 얻고 있는 남침유도설을 뒤집어엎고 있다. 남침유도설은 ‘애치슨 라인’에서 시작된다. 1950년 1월 미국의 국무장관이던 딘 애치슨은 아시아·태평양 방어선을 ‘필리핀, 오키나와, 일본, 알류산열도, 알래스카’라고 발표했다. 한반도가 제외된 것. 애치슨 라인이 한반도를 제외함으로써 북한의 남침을 초래했다는 것이 남침유도설의 요지다.

책에서 박 교수는 처음 공개하는 비밀 문서를 근거로 ‘미국 개입 유도설’을 주장한다. 문서의 요지는 이렇다. 문서는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이 옛 체코슬로바키아의 클레멘트 고트발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다.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극동에 묶여 있고, 한국의 해방을 위한 투쟁과 독립을 위한 싸움에 중국이 끼어들어 간다면, 이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겠습니까? 무엇보다도 미국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같이 거대한 군대를 갖고 있는 (국가에)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스스로 힘없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둘째 단기적으로 볼 때 미국이 여기에 묶여 있다면 제3차 세계대전은 무기한 연기될 테고, 유럽은 사회주의를 공고화하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세계적 차원의 힘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미 국무장관 딘 애치슨
최고비밀문서로 분류된 이 편지에서 스탈린은 고트발트에게 미국이 한국전에 개입하면 미국의 관심이 아시아로 기울어질 것이고, 그 틈을 타 소련은 유럽에서 세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스탈린이 이 편지를 쓴 시점은 1950년 8월 27일이다.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이전이며, 중국이 참전하기 전이었다. 박 교수는 “만약 스탈린의 이러한 언급이 모두 사실이라면 6·25전쟁의 발발 원인에 대한 연구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소련이 미국을 아시아로 유도해 벌어진 전쟁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박 교수는 “이렇게 되면 북한의 남침유도설이 아니라 소련에 의한 ‘미국 개입 유도설’이 제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1950년 1월 발표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방어선인 ‘애치슨 라인’.
박 교수는 또 중국 주재 동독대사관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1975년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이 제2의 한국전쟁을 획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 밖에도 박 교수는 우리 현대사에서 결정적인 사건이었음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거나 잘못 알려진 사건들을 월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