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책임지는 기업=미래의 성장 기업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허울뿐인 CSR 실적 소비자 기만
직설화법으로 고발… 개혁 촉구
아이 호기심 농락하는 기업의 탐욕
경제적 이익에만 연연 책임은 회피
웨인 비서 지음/김영기·이종재 옮김/코스리/2만원
책임의 시대-경영현장의 새로운 DNA/웨인 비서 지음/김영기·이종재 옮김/코스리/2만원


‘남양유업’ 사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남양유업만 재수 없게 걸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곤 한다. 이런 형태의 ‘갑과 을’ 기업 풍토가 일반적이라는 것을 빗댄 말이다. ‘갑과 을’의  관계는 주종관계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지금까지 묵인돼왔던 게 그간의 관행이었다. 미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쓴 ‘책임의 시대’는 책임지는 기업이 일견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미래의 성장 기업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증명하는 책이다.

대다수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 과시하는 연례보고서를 내놓는다. 삼성·LG·현대·SK를 비롯해 미국의 GE·마이크로소프트(MS)·월마트·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고서에 등장하는 화려한 실적들만큼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검증한 보고서는 본 적이 없다. 저자는 1990년 이래 20년 이상 지속돼온 기업의 CSR활동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개탄한다. 저자는 허울뿐인 CSR 실적이 소비자를 기만하고, 사회를 더 나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음을 직설 화법으로 고발하며 대개혁을 촉구한다. 탐욕에 급급한 대기업들의 행태를 고발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떻게 전개되고 흘러야 기업이 발전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본사
2001년 당시 미국을 뒤흔들었던 다국적 거대 기업 ‘엔론’사태 역시 경영자 무책임에 기인한다. 엔론은 당시 111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2만명의 정직원을 둔 미국 내 7번째 큰 회사였다. 회계 사기로 회사가 무너질 당시에도 경영진은 5500만달러의 보너스를 챙겼다. 그러나 일반 직원들은 12억달러의 연금을, 퇴직자들은 20억달러의 연금을 허공에 날렸다. 재빠른 경영진들은 파산 선고를 며칠 앞두고 주식을 팔아 1억6000만달러를 챙겼다. 하지만 엔론의 회계를 담당했던 회사가 망하자 8만5000명이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저자는 경영진의 무책임을 방기한 부류는 기득권자인 정부 권력자에게 있다고 통박한다. 그런 부도덕한 행위와 시스템을 눈감아줬기에 가능했다는 것.

조엘 바칸 지음/이창신 옮김/알에이치코리아/1만4000원
기업에 포위된 아이들-내 아이를 위협하는 나쁜 기업에 관한 보고서/조엘 바칸 지음/이창신 옮김/알에이치코리아/1만4000원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법학 교수 조엘 바칸이 쓴 ‘기업에 포위된 아이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농락하는 기업의 탐욕을 고발한다. 왜 거대 기업에게 아이들이 매력적인 소비자인지, 그들이 어떤 전략으로 아이들을 매수하는지, 그로 인해 아이들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파헤친다. 저자 조엘 바칸은 열세 살, 열네 살인 두 아이가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애를 먹었다고 고백한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휴대전화가 수상한 사람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수천만대 팔아치웠다. 그러나 기업들은 휴대전화가 방사선과 그로 인한 종양, 선정적 콘텐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도 느끼지 않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들은 연약하고, 경험이 부족하고, 설득당하기 쉬운 소비자인 아이들을 배려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도대체 왜 아이들에게 휴대전화가 필요한가.

미국에서만 청소년을 겨냥한 시장 규모는 연 1조달러에 이른다. 1990년에는 500억달러였고, 1970년엔 50억달러였던 시장이 지금은 1조달러를 웃돌고 있다. 8∼18세의 미국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7시간38분을 오락용 미디어와 함께 보낸다. 2004년 미국 아이들의 39%가 휴대전화를 소유했지만, 2010년에는 66%로 뛰었다. 같은 기간, 아이패드와 MP3 플레이어를 가진 아이들은 18%에서 76%로 늘었다. 저자는 “미디어의 영향력, 특히 미디어의 상업적이고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콘텐츠의 힘은 강력하다”면서 “아이와 같은 방에 있다 해도 정신적 유대감으로 따지자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수천㎞ 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선 12∼16세 아이의 절반 이상이, 8∼11세 아이의 25%가 성인 등급의 비디오 게임을 갖고 있다. 예컨대 한 비디오는 이렇다. “주인공이 차 안에서 매춘부와 섹스한 뒤 방망이로 여자를 때린다. 여자가 도망치자 여자를 향해 폭탄을 던지고 기관총을 난사한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 부모가 아이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우려한다. 향후 갈수록 기업들의 이익에 따라 아이들의 선택이 결정되거나 적어도 그것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