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국고보조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135조원의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 쓰임새를 살피다 문제가 눈에 띈 결과다. 국고보조사업은 지난해 말 현재 985개에 이른다. 9년 전인 2004년 359개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규모도 2004년 18조8693억원에서 올해에는 55조662억원으로 불어났다.
국고보조사업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국고보조금을 요술방망이처럼 이용한 탓이다. 지자체가 사업을 벌일 때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고보조금을 따내 재원으로 삼고, 중앙정부는 국고보조금을 당근으로 지자체를 정책에 끌어들였다. 그 결과 사업 내용이 부풀려지고, 국고보조금은 ‘먼저 따지 못하면 바보’라는 식의 ‘눈먼 돈’으로 전락한 측면이 강하다. 국민의 혈세는 줄줄 새게 된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묻지마식 개발 사업이 단적인 사례다. 인천국제공항철도, 용인 경전철, 인천 월미도 은하레일 등은 혈세를 먹고 달린다. 25일로 개통 1주년을 맞는 경인아라뱃길도 불명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국고보조금 53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25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물류·관광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애물단지로 변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국고보조사업은 지방재정을 흔들고 있다.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이 확대되면서 가뜩이나 포퓰리즘에 멍든 지자체 곳간은 더 텅텅 비고 있다.
혈세 낭비를 막는 재정구조조정은 돈도 없이 국고보조금에 의존해 사업을 벌이는 정책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지역개발사업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업을 부풀리는 엉터리 수요예측을 막고, 사업 결정·집행 과정도 정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