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초등학교 꼬맹이 서너 명이 나란히 앉아 영화에 빠져들고 있었다. 막 개봉한 ‘미나 문방구’라는 전체관람가 영화였다. 장성한 딸(최강희)이 도시에서 내려와 시골 초등학교 앞 문방구를 입원한 아버지 대신 돌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였다. 딸은 아버지와는 달리 하루라도 빨리 문방구를 처분하고 대처로 돌아갈 심산으로 쉼 없이 머리를 굴린다.
영화를 보다가 빵 터져버린 건 영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최강희가 문방구를 팔기 위해 ‘급매’라고 휘갈긴 종이를 문방구 앞에 붙였다. 이 문구를 본 옆자리 꼬맹이들이 저희들끼리 쑥덕거렸다. “저게 무슨 뜻이야?” “응, 저거… 문방구 팔지 않겠다는 말이야.” 가만히나 있을 일이지 한 녀석이 그럴듯하게 토를 달자 꼬맹이들이 한꺼번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릴없이 개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라, 빨리 팔겠다는 말이야!” 잘난 척했던 녀석이 빤히 올려다보는 통에 조금 미안하긴 했다. 녀석들은 이후에도 웃고 떠들면서 내내 영화를 관람했다. 시끄러워 짜증이 났다기보다는 단체관람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오히려 즐긴 편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사라진 전국의 소매문구점만 1만개가 넘는다. 대형마트의 진출과 대형 사무용품업체의 등장으로 소매문구점이 설 땅은 점점 좁아진다. 등하굣길에 문방구에 몰려가 ‘쫄쫄이’와 ‘뽑기’로 허기를 달래고 ‘달고나’에 매료되던 풍경은 이제 영화 속에서나 되새겨야 하는 현실이다. 3년 전부터 정부가 도입한 ‘학습 준비물 지원제도’도 한몫 거들었다. 소매문구점 상인들은 “몇몇 납품업자만 살찌우는 일괄입찰 방식보다는 문구상품권 지급 방식으로 학생이나 학부모가 문방구에서 직접 구매하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문’자가 간판에서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방구’라는 놀림을 받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미나. 성인이 된 그네가 아이들과 부대끼며 추억을 완성해가는 이야기가 정겹다. 문방구의 운명을 닮았는지 지난 주말 흥행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는 미나의 ‘방구’, 영화에서라도 시원하게 터져주기를 기대하는 심정이다.
조용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