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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이라도 자연분만 좋아 제왕절개는 ‘최후의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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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 vs 제왕절개
자연분만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이롭다. 9시간가량 이어지는 진통은 죽음의 문턱까지 닿을 만큼 고통스럽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평화롭다.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안선화(28)씨는 “아이를 40주 가까이 배 속에 품었지만 사실 모성애가 큰 것은 아니었는데, 진통 후 내 품에 안긴 아이를 본 순간 ‘나도 엄마가 됐구나. 내가 해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었다”고 출산소감을 들려준다.

노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응급의료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선택한다면 자연분만에 성공할 수 있다.
건강보험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산모가 6.8일 입원한 데 반해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산모들의 평균 입원 기간은 3.3일에 그쳤다. 입원기간이 짧다 보니 입원비도 저렴하다. 무통주사와 영유아 검진, 1인실 사용, 식사비를 포함해도 60만∼70만원이면 해결된다. 산모의 감염 가능성도 작다. 자연분만은 복강이나 자궁의 외부 노출이 없어 안심할 수 있다. 과다출혈과 장협착, 마취에 따른 합병증, 배변기능 약화, 요로감염의 위험성도 작다. 사망률 역시 0.04%인 제왕절개보다 낮은 0.01%에 불과하다.

임산부들의 출산 후 주 관심사는 ‘아이를 얼마만큼 잘 키우느냐’와 자신의 몸관리에 집중된다. 이에 따라 아이에게 영양을 주는 동시에 다이어트까지 할 수 있는 모유수유에 관심이 커진다. 자연분만한 산모는 항생제와 마취제로부터 안전해 안정적인 모유수유가 가능하다. 출산 후 자궁수축도 빠르고 체력이 단기간 내에 회복된다. 또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산모는 산후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연분만은 태아에게도 좋다. 아이는 좁은 산도를 통과하며 양수와 분비물을 토할 뿐 아니라 변화하는 기압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겨 출산과 동시에 폐로 활발하게 호흡할 수 있다. 산도를 통과하며 생긴 면역력 덕분에 비염과 아토피에 걸릴 확률도 낮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제왕절개로 출생한 아기보다 생후 24시간 동안 더 잘 웃고 잠을 잘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관 프라임여성의원 원장은 “임산부가 ‘자연분만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의사가 얼마만큼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설명하는지가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제왕절개는 자연분만이 불가능할 때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응급시스템을 갖춘 병원이라면 언제든 수술이 가능하므로 우선 자연분만을 유도한다”고 말한다.

제왕절개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보장해주는 만큼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출산법이다.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따르면 2011년 제왕절개는 16만7773건이 이루어졌다. 특히 산모에게 당뇨와 고혈압과 같은 질환이 있거나 태아의 위치가 거꾸로인 경우, 몸무게가 과도하게 많이 나갈 때는 제왕절개가 필요하다. 세쌍둥이 이상일 때도 산모의 안전을 위해 제왕절개를 고려한다. 진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선택하면 출산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분만통은 인간이 느끼는 고통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할 만큼 극심한데 제왕절개는 이러한 점에서 매력을 갖는다.

제왕절개로 분만한 조경순(37)씨는 “자연분만 시 진통과 회음부 절개가 가장 두려웠고, 자연분만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출산 과정을 지켜본 남편이 충격을 받아 그 후로부터 부부 관계를 피한다고 해서 신랑을 설득해 제왕절개를 택했다”며 “입원 기간 내내 통증을 겪어야 하는 게 힘들지만 아이 사주까지 길일에 맞출 수 있으니 아픈 것쯤은 참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조씨는 또 “요즘은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았다 해도 두 번째 출산을 자연분만 할 수 있다 하니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임산부와 상담하고 있는 최승관 프라임 여성의원 원장.
최 원장은 “산모의 골반에 이상이 있거나 조기 진통, 태반의 조기 분리, 태아의 위치 이상으로 인한 난산, 출산 중 태아 심박동 이상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 불가피하게 제왕절개를 한다”며 “하지만 이 같은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도 출산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절개를 최소화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커다란 절개 자국이 남았지만 요즘은 미용상의 문제까지 고려하면서 비키니 라인 안쪽으로 절개할 뿐 아니라 후유증도 줄고 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여기에 수가제도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의료계 현실상 수익을 위해 제왕절개를 권하는 의료기관의 행위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초산 제왕절개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위험임신 증가 때문이다. 결혼이 늦어짐에 따라 초산 연령도 높아지는 사회적 변화로 인해 35세 이상의 임산부가 늘었다. 2008년과 2011년의 1000명당 출산율을 비교하면 25∼29세는 85.6명에서 78.4명으로 감소했고, 30∼34세는 101.5명에서 114.4명으로, 35∼39세는 26.5명에서 35.4명, 40∼44세는 3.2명에서 4.6명으로 늘었다. 초산 연령이 20대에서 30∼40대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위험임신은 일반 임신에 비해 기형아 출산율과 임신중독증에 걸릴 가능성이 크고, 산모와 태아의 건강이 위태로울 수 있다.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를 우선하는 이유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여성전문센터 박성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제왕절개율은 3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치인 5∼15%보다 훨씬 높은데, 이를 낮추려면 산모 못지않게 산부인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해마다 적정성을 따져 전국 산부인과의 제왕절개분만평가를 발표하므로 꼼꼼하게 살펴 출산병원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