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38개국 대사들이 어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연수센터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정책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각 부처와 기관들이 저마다 따로 원조사업을 하는 ‘원조 분절화’의 문제점이 주로 거론됐다고 한다. 현지에서 보고 느낀 대사들의 증언을 들어보니 폐단이 심각하다. 국내 많은 단체가 사업을 중복 시행하거나 공관에 알리지도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난감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원조 분절화의 가장 큰 부작용은 비효율성이다. 각 기관들이 별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비슷한 사업을 동시에 벌이다 보니 낭비 요인이 많다.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나라가 막상 어느 기관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 몰라 쩔쩔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래서는 원조사업의 시너지 효과는커녕 효율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정부의 원조 창구를 일원화해 사업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차제에 원조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조 규모가 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원조 비율이 지난해 0.14%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CA) 24개 회원국 평균(0.2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개발센터(CDG)가 매년 발표하는 개발공헌지수(CDI)도 조사대상국 27개국 중 5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40%인 유상 원조 비율도 대폭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1945년부터 99년까지 세계 선진국으로부터 127억달러의 원조를 받았다. 덕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2009년 DCA 가입으로 ‘원조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지구촌이 주목하는 기적의 현대사를 일군 것이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어찌해야 나라를 개조할 수 있는지, 우리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널리 나눠 주고 물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품격을 높이는 지름길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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