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력으로 1월인 무하람월의 ‘아슈라’ 기간에는 시아파 무슬림들의 가슴과 등에 피멍이 맺힌다. 피멍 정도가 아니라 등과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시기도 한다. 이 기간에 시아파 무슬림 남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딘 칼날이나 쇠사슬로 뭉치를 만들어 제 가슴과 등을 후려치며 고통을 자청한다. 예언자 무함마드 혈통의 순교자인 후세인 알리의 죽음을 막지 못한 애통함 때문이다.
이 의식은 무슬림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시아파 무슬림만 수행한다. 대다수 수니파 무슬림들은 아슈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이 시아파와 수니파가 갈리는 상징적인 근원이다.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혈족을 따랐고, 수니파는 혈족이 아니라 코란의 가르침을 따라 후계자를 정했다.
서기 680년경 일어난 후세인 알리 일행 72명의 순교 과정은 아슈라 기간에 기독교의 사순절 수난극처럼 재현된다. 시아파 무슬림들은 이 극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몸을 학대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죄를 씻는 구복적인 차원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눈물과 자학은 후세인 알리의 순교를 막지 못한 잘못에 대한 통탄의 의미가 더 크다. 이 원한은 1000년 넘게 시아파와 수니파 무슬림의 대결로 이어져 왔다.
지난 20일 이라크에서 차량 폭탄 테러와 총격사건이 발생해 최소 95명이 숨졌다. 또 터진 ‘피의 월요일’이다. 사망자는 지난해 7월 연쇄테러로 115명이 희생된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라크 전쟁 전까지만 해도 사담 후세인의 강력한 독재로 이라크 인구의 35%에 불과한 수니파가 60%를 차지하는 시아파를 누르고 있었다. 2011년 12월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잠복돼 있던 종파 갈등이 불거지고, 사상자는 끊이지 않는다.
종교의 궁극적인 종착점은 평화와 사랑이어야 한다는 언설에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무슬림이라고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달 초 시아파 성지인 이란 북부도시 마샤드에서 먼 길 달려와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무슬림들을 보았다. DNA에 입력된 먼 과거의 원한이야말로 정작 종교의 힘으로 치유할 수는 없을까.
조용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