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포항시, 철강공단 페놀 유출사고 숨겼다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5월 9일 입주업체서 대기 중으로 유출… 주변 가로수 말라죽어
인근 사무실 직원들 두통·어지럼증 호소… 市, 뒤늦게 수습 부산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공단 내 유독물 취급업체에서 페놀로 추정되는 화학물질이 유출돼 공단 주변 가로수가 말라죽는 등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공단 근로자와 사무실 직원들도 화학물질 유출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며 건강검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철강공단 내 입주업체인 ㈜프로그린테크에서 대기방지시설이 비정상으로 작동해 보관 중이던 페놀이 유출됐다. 이경보 포항시 대기환경계장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페놀이 집진시설, 세정수 등 대기방지시설을 거쳐야 하는데 세정수가 없어 페놀 일부가 새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페놀이 대기 중으로 유출되면서 주변 4개 업체의 조경수와 가로수 수십그루가 말라 죽거나 잎이 누렇게 변하는 황화현상이 나타났다. 이 일대 소나무 잎은 새순만 남겨 놓고 모두 말랐으며 잎이 두터운 은행나무나 향나무는 상태가 다소 양호하지만 벚나무와 모과, 느티나무 등은 겨울처럼 잎이 바스러지는 등 고사했다.

또 인근에 있는 동북지방통계청 포항사무소 직원 49명 가운데 17명이 두통과 어지럼증, 인후통으로 진료를 받았거나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어 정밀 건강검진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내 입주업체의 대기 중 화학물질 유출로 공단 가로수 등이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이에 따라 오염사고 발생사실을 알고도 쉬쉬하다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포항시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단 근로자들은 “포항시가 유독화학물질 유출사고에 대해 알면서도 주변 근로자 등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감추려 했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나무가 말라죽고 근로자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대기와 토양 등에 대한 철저한 역학조사는 물론 인근 근로자들의 건강검진, 공단 업체들의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전반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포항시는 피해지역 인근 나무에 영양제를 살포하고 피해상황 파악과 원인 분석에 나섰다. 고사한 나뭇잎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고 해당 업체에는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과 경찰에 고발했다. 시는 ㈜프로그린테크의 대기방지시설에 대해서도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 검사 및 분석 중이며 피해지역 근로자의 건강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고를 일으킨 포항철강공단 입주업체인 ㈜프로그린테크는 신용카드 영수증 같은 감열제지의 첨가제를 생산하는 업체이다.

발암물질인 페놀은 피부에 닿으면 발진이 생기고 체내에서는 소화기와 신경계통에 장애를 주는 특정 유해물질이다. 음용수의 페놀 농도 기준은 0.005ppm 이하이고, 배출허용기준은 5ppm 이하로 규정돼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환경오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고 사후처리 비용은 사전예방 비용보다 훨씬 큰 희생과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항=장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