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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물먹었던 '역외 탈세' 수사 이번엔 꼬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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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외 금융계좌 거래 내역 고강도 수사
CJ그룹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CJ그룹의 해외 금융계좌 거래 내역 확보에 나섬에 따라 그동안 의혹만 무성했던 ‘역외 탈세’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역외 탈세 수사가 증거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번번이 실패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엔 ‘성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24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08∼2009년 무렵 최소 3500억원의 차명재산을 소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 개인 재산을 관리하던 중 살인 미수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았던 CJ그룹 전 재무2팀장 이모씨의 항소심 재판 내용이 단서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재산의 관련 세금이 1700억원”이라고 밝혔다. 상속세율이 최고 5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 금액의 2배 수준을 이 회장이 차명재산으로 몰래 감췄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해외로 빠져나간 돈의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상당액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예금이나 펀드 등 금융 자산 형태로 보관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완차이 센트럴 플라자에 위치한 CJ차이나 홍콩법인 사무실 입구 모습. 이곳은 CJ차이나를 제외한 4곳의 페이퍼컴퍼니가 서류상 주소지로 등록돼 있어 CJ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의 근원지로 주목받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일본 도쿄에 있는 21억엔(약 234억원)짜리 빌딩의 실소유자가 이 회장이라는 의혹도 제기돼 일부 비자금은 부동산에 투자된 것으로도 보인다. 일각에선 관련자 증언 등을 통해 이 회장 일가의 해외 비자금이 1000억원대에 달하고 이를 관리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가 수십 곳이나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상태는 아니다.

어찌 됐건 검찰은 불거진 의혹들은 일단 다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비자금 역시 수사선상에 올렸다. 우선 CJ그룹의 수상한 자금 흐름부터 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해외 금융거래 내역 확보가 필수인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역외 탈세를 입증할 만한 증거 확보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지난해 ‘검찰 내 최고 칼잡이들’이 몰려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직접 나서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1000억원대 해외 비자금 의혹’을 캤지만 결국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검찰이 설령 기소하더라도 재판 단계에서 유죄 입증에 실패할 수도 있다. 지난해 2월 947억원 상당의 재산을 해외에 감춰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완구왕’ 박종완씨는 1심서 무죄판결이 났다.

‘구리왕’으로 불리는 차용규씨는 국세청이 1조2000억원대 해외 소득에 대해 세금 1600억원을 추징하려다가 과세 전 적부심사서 역외 탈세를 입증하지 못해 추징에 실패했다.

최악의 경우엔 해외 금융 거래 내역 자료 자체를 얻지 못해 수사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설령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수사가 상당히 오래 걸릴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역외 탈세 수사를 해보면 사법 공조가 돼 있는 국가임에도 자료를 건네받는 데 두서너 달씩 걸린다”며 “신속성이 필요한 수사의 성격으로 볼 때 역외 탈세 입증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