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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비자금 관리 ‘몸통’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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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 맡아 관리했다는 이씨
당시에 입사 3년차 말단 사원
수사 중 ‘윗선’ 지시정황 나오며
제2, 3의 ‘깃털’ 존재 여부 주목
CJ그룹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수사의 ‘키맨’으로 간주된 이재현 회장 자금관리인 이모(44)씨의 역할이 재평가되고 있다.

2008년 CJ그룹 재무2팀장이던 이씨는 살인 청부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나 수사의 핵심 관계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씨의 역할은 ‘깃털’에 불과하고 자금관리의 ‘몸통’으로 간주할 만한 ‘윗선’이 따로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2005∼2007년 이 회장의 ‘검은돈’을 관리했다. 그는 이 회장 차명 주식을 도맡아 처리했고, 주식 계좌관리·주식 매도·매입 등을 다뤘다. 이 회장 통장과 현금·수표, 무기명 채권도 관리했다.

하지만 이씨가 실제 이런 업무를 처리했는지가 의문이다. CJ그룹 출신 전직 임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이씨의 업무력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한 관계자는 “당시 이씨는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언론보도와 같은) 그런 일들을 처리했다니 참 놀랍다”고 말했다.

이들의 증언을 빌리자면 이씨를 도와 자금 관리에 동참한 인물이 따로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정이 가능한 단서가 있다. 이씨 재판기록을 보면 당시 재판부는 이씨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로 ‘퇴직자 관리’를 꼽았다. 이씨가 퇴직자 중 ‘충성심’이 강한 일부를 골라 ‘행동대원’처럼 활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설사 이씨가 ‘슈퍼맨’에 가까운 업무 역량을 발휘해 모든 업무를 홀로 처리했다 치더라도 의문은 여전하다. 이씨의 경력이 문제다. 이씨는 국내 10대 그룹 오너 중 하나인 이 회장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집사’로 간주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씨가 이 회장 자금 관리 업무를 맡았다고 주장하는 2005년 무렵 그는 입사 3년차에 불과한 말단 사원이었다. 최소 35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대리급 사원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해되려면 회사 내에 이씨의 ‘윗선’이 있어야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업무 지시를 이씨에게 내린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가장 유력한 인물은 CJ그룹 해외계열사인 CJ차이나 법인장 신모 부사장이다. 이 회장의 해외 비자금 수사의 열쇠를 쥔 신 부사장은 검찰 내사 상황을 모른 채 최근 홍콩에서 들어왔다가 출국금지돼 발이 묶인 상태다.

전직 CJ그룹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이 회장의 비자금 관리자라는 것은 그룹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CJ차이나의 주된 업무는 설탕 수출이지만 이는 대외적 명분이고 실질적으로는 비자금 관리가 주된 업무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 부사장이 이 회장 비자금 관리의 ‘몸통’이라면 신 부사장이 자금 관리 업무를 지시했을 직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리급 직원 1명이 중간관리했던 액수가 최소 3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 비자금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