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불거진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더 이상 '특수한' 개인의 범죄로 몰아갈 게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다뤄 정부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생후 3개월 된 딸을 집안과 길에서 2차례 바닥에 떨어뜨린 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경기 부천의 23살 동갑내기 부부는 2014년 10월 결혼해 지난해 12월 딸을 낳았다.
아내가 임신한 이후 남편 혼자 골프가방 제조 공장에서 일해 생활비를 벌었고 한 달가량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달 초 그만둬 두 사람 모두 직업이 없는 상태였다.
부부는 평소 생활고와 남편의 잦은 게임 등으로 자주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계획하지 않았는데 아기가 생겼고 그렇게 태어난 딸에 애정도 많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남편은 1월 27일 밤 아내와 말다툼을 한 뒤 술 취한 상태에서 딸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뜨려 크게 다치게 하고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남편은 9일 새벽에도 부천의 자택 안방 아기 침대에서 딸을 꺼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뒤 딸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울자 젖병을 입에 물려놓고 배를 눌러 억지로 잠을 재웠다.
10여 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같은 날 낮 숨진 채 발견된 아기는 병원에서 X-Ray를 찍은 결과 후두부, 갈비뼈, 왼팔뼈 등 대여섯군데에서 골절이 확인됐다. 머리부터 배 부분까지 멍 자국도 발견됐다.
부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8일까지 1주일에 3차례가량 딸의 머리와 배를 꼬집고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일단 남편에게 폭행치사, 아내에게 유기 혐의를 적용해 긴급체포했지만 아기를 바닥에 두번이나 떨어뜨린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는지, 폭행을 비롯한 부부의다른 학대가 자행됐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충남 홍성에서는 생후 10개월 된 딸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장난감을 던져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구속기소됐다.
이 여성이 지난해 5월부터 주먹과 발, 파리채로 어린 딸을 수시로 때리는 동안 남편은 온라인 게임에 빠져 아이가 울어도 밤새 방치하고 옆에서 담배를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에는 또 게임을 하러 외출하는데 방해된다며 홀로 키우던 생후 26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폭행치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극단적인 아동학대 범죄가 '학대의 대물림'과 같은 부모의 경험과 정서 상태, 빈곤 등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학과 교수는 10일 "과거에는 가족, 이웃, 지역사회와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지만 고립·단절된 가족이 급증한 현재는 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는 영국, 미국, 호주 등 여러 선진국이 공통으로 겪은 일종의 과도기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모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 자녀양육에 대한 기본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르치고 부모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돕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무고한 아이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가능한 처방으로 예방접종과 영유아 검진을 계기로 저소득층 가정과 접촉을 유지하는 보건소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취학 전까지 아동을 보호하고 부모를 지도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서소정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양육에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와 산후우울증 등에서 비롯된 아동학대는 경제 상황이나 학력 수준이 양호한 부모에게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교육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부모교육을 통해 양육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긍심과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자체에 이미 설치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출생신고 단계부터 부모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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