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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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5㎝ 이상만 비즈니스석' 논란 女배구대표팀, 씁쓸함의 끝

김연경(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여자배구대표선수들이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코로 떠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대표선수 12명 중 절반은 이코노미석을 타고 먼 길을 떠날 뻔했으나 기업은행의 지원으로 전원 비지니스석을 이용하게 됐다. 인천=연합뉴스
애초 키 185㎝ 이상만 비즈니스석을 배정해 논란을 빚었던 여자배구팀이 2017월드리그 그랑프리 2그룹 경기를 위해 26일 목적지인 체코로 떠났다.

여자배구대표팀의 비즈니스석 논란은 다 돈 때문에 빚어진 일.

대한배구협회는 예산 부족으로 대표선수 12명 중 6명에게만 비즈니스석을 배정하고 나머지 6명은 이코노미석을 타도록 했다.

협회는 차별 논란이 일어날 것을 의식해 비지니스석 이용 대상을 이코노미석을 타기엔 키가 큰 선수(신장 185㎝ 이상)와 부상 중인 선수로 결정했다.

그 결과 185cm 이상인 선수 5명과 무릎이 좋지 않은 김해란(흥국생명) 등 6명만 이용하게 됐다.

왕복 비즈니스석 티켓 값은 700만원선으로 이코노믹석의 3배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선수들도 협회의 옹색한 살림살이를 아는 까닭에 드러내 놓고 불평하진 않았으나 비지니스석을 타는 이도, 이코노믹석에 앉은 이 모두 유쾌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자배구단을 운영하는 IBK기업은행이 3000만원을 지원, 이코노믹석 대상자 6명 모두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돼 체코로 떠났다.  

이날 체코 출발에 앞서 대표팀 주장이자 키 192cm인 김연경(상하이)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은 솔직히 (절반만 비즈니스 타는걸) 몰랐다"며 "(기사를 보고) 뒤늦게 알고 나서도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연경은 비즈니스석 논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아꼈다.

이에 홍성진 대표팀 감독이 나서 "사실 (김)연경이가 찾아와서 '우리끼리 더는 (비즈니스 논란에 대해) 이야기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큰 경기를 앞두고 이런 게 (논란이) 되니까 부담스럽다"고 했다.

홍 감독은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나도 몰랐던 이야기"라며 "논란은 여기까지로 하고, (체코로)가서 좋은 선물을 가지고 오겠다"고 말을 매듭지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