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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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안 11일 표결

원유 공급 차단 등 고강도 압박안/美, 중·러 반대에도 예정대로 강행/무산 땐 세컨더리보이콧 시행 계획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대북 원유 공급 차단 등을 통해 북한 경제를 마비시키는 내용의 고강도 대북 제재 결의안을 예정대로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전체회의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8일 안보리 전체회의 소집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미국은 속전속결로 결의안을 밀어붙여 결의안 채택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할 계획이다. 미 정부는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이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결의안 채택까지 1개월가량을 끌지는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특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해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중국·러시아와의 타협으로 어정쩡한 제재안을 추진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유엔 안보리의 기존 제재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결의안 채택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해 놓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은행이나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 카드로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에 협력하든지 아니면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미국과 충돌할지 선택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안보리 이사국들은 주말에도 결의안 내용을 놓고 협의를 계속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결의안 내용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미국과 절충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라고 유엔의 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 CNN방송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도록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CNN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두 나라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이 조치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개발을 차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겠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 제재를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할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유엔 안보리는 제재 이행 여부를 감시할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 부품 등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미국 등 유엔 회원국이 공해상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강제로 조사할 수 있는 내용도 이번 결의안 초안에 포함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조치가 실제로 취해지면 무력충돌 등 예기치 못한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유엔의 한 관계자가 밝혔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고용 금지 및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 차단 등 내용이 결의안에 들어가면 북한의 외화벌이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이행되면 북한 대외 거래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국도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