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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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 ‘아베 9조 개헌안’ 확정… 조항 삭제없이 자위대 보유 명기

당초 25일 국회 제시 예정/사학스캔들 거세 미지수
일본 집권 자민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구상을 그대로 반영한 ‘헌법 9조’ 개정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2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자민당 차원의 개헌안 중 9조와 관련해 기존에 있는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의 근거를 추가로 명기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문구는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추진본부장이 작성하기로 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소속 파벌인 ‘호소다파’의 수장이다.

이 개헌안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 5월 제안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은 9조 2항을 삭제하고 ‘국방군 창설’을 명기하는 내용을 담은 2012년 자민당 개헌안을 토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결국 아베 총리의 뜻대로 됐다.

아베 총리는 기존 조항을 건드릴 경우 개헌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저항감이 덜한 내용으로 헌법을 고쳐 개헌 사례를 만든 뒤 2단계로 헌법 9조를 무력화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로 바꾸려 하고 있다. 일본 헌법은 9조 때문에 ‘평화헌법’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시행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자민당은 오는 25일 당대회 때 개헌안을 공식 채택하고, 이를 토대로 국회 논의를 주도해 가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개헌 발의를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과 연립여당 파트너인 공명당, 일본유신회, 희망의당 등 개헌에 적극적인 ‘개헌 세력’은 국회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베 총리의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재무성의 공문서 조작 파문으로 자민당이 수세에 몰리고 있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개헌 세력 내에서도 개헌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