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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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측 “‘대국민 사기극’ 법적 조치 26일 전 제기” VS 피해자 측 박지훈 “기다렸던 바”

프로축구 FC 서울 소속 기성용(왼쪽)이 지난달 27일 전북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개막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자처해 성폭력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FC 서울)의 성폭력 의혹을 둘러싼 진실 공방 결국 사법기관에서 그 시비를 다투게 될 전망이다. 기성용 측이 초등생 시절 축구부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후배 2명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이자 체육단체 ‘사람과 운동’ 대표이기도 한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는 “기다렸던 바”라고 환영했다. 다만 그간 양측이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해온 이번 사건이 일어난 지 오래된 만큼 시비가 명확히 가려질지는 미지수다. 

 

기성용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서평의 송상엽 변호사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상대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조치를 오는 26일 안으로 제기한다”고 밝혔다.

 

기성용 측은 더불어 피해자 측이 여러 차례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성폭력 증거를 조속히 공개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송 변호사는 “기성용이 소송을 걸어와야만 법정에서 공개하겠다는 것은, 3심까지 수년 동안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기성용이 의혹을 받는 기간만 길어지게 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며 “상대방이 주장하는 ‘확실한 증거’가 진실이라면 가장 피해를 볼 사람은 기성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기성용이 바로 그 증거를 공개할 것을 원하니 법적인 장애는 없을 것”이라며 “확실한 증거를 국민 앞에 공개하는 데 장애 사유가 있다면 뭐든지 말해 달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장애가 될 사유를 모두 제거해 주겠다”고 덧붙였다.

 

기성용 측은 또 이번 사건을 다룬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의 전날 방영분에서 피해자 중 한명이 울면서 증언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어제 방송에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는 기성용의 성기 모양까지 기억한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눈물 흘리는 모습으로 자칫 국민에게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MBC ‘PD수첩’ 캡처

 

전날 방송에서는 피해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거짓이라면 나의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박 변호사도 나서 피해자들을 감쌌다. 그는 “경험하지 못했다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증거를 공개하면 진술 번복 등 (기성용 측의) 압력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법정으로 깔끔하게 가져가서 하는 게 공정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이에 맞서 “이 방송을 위해 피해자의 육성을 제공했으나 대부분 방송되지 않았다”며 “균형 잡힌 판단자료를 국민께 드린다”며 관련 육성 녹음 파일 9개를 공개했다. 녹음을 들어보면 방송에서 울면서 증언했던 피해자 등은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박 변호사에게 밝히기도 했다. 기성용 측에 따르면 이 파일은 이번 의혹이 폭로된 지난달 24일 피해자가 중학교 직속 후배인 A씨와 나눈 대화의 일부다. 앞서 A씨는 양측 중재에 나섰는데, 피해자 측은 기성용 측에서 회유하려 강하게 시도한 결과라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맞서 기성용 측은 A씨를 회유하거나 부탁한 적 없으며, 스스로 중재에 반박했다. 실제로 음성 파일에서도 A씨는 피해자에게 “나를 이렇게 이용할 줄 몰랐다”며 섭섬함을 드러냈다.

 

송 변호사는 또 녹음 내용과 관련해 “이번 사건의 본질에 대해 피해자는 스스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표현했다”며 “이 사건 보도가 나가자 오보이며 기성용이 아니라고 박 변호사에게 정정을 요청했으나, 변호사는 대국민 사기극이 된다며 자기 입장이 뭐가 되느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피해자는 스스로 기성용에게 회유와 협박을 받지 않았고, ‘소설 쓰는’ 허위주장이라고 증언하고 있다”며 “상대방(피해자)은 기성용에게 정정 보도를 낼 테니 명예훼손으로 걸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피해자와 변호사 간에도 서로 의견이 다르다”며 “이것으로 상대방 측 공식 주장의 신빙성을 국민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피해자는 변호사가 자신에게 확인과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 사건을 마음대로 언론에 흘렸다고도 했다”고 알렸다.

 

실제로 녹음을 들어보면 피해자는 “막말로 우리끼리 한 이야기를 (변호사가) 밀고 나간 거지 않느냐”라며 “(변호사는) 지가 싼 똥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그러면서 “피해자와 변호사의 진술이 상충한다”며 “둘 중 한 명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성용 측의 법적 조치 공언에 박 변호사는 ‘기다리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증거 공개 역시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박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증거를 법정에서 공개하지 않고 일반에 공개해 여론재판을 하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기성용 측이 ‘피해자 측 주장의 신빙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공개한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새롭게 드러난 내용이 아니며, 우리가 앞서 일부 언론에 파일 형태로 제공한 통화 내용의 일부분만 편집한 것”이라며 “기성용 측은 당시 피해자가 거듭된 회유와 압박에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다는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파일의 일부만 악의적으로 편집해 이번에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피해자들은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B와 C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박 변호사를 통해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가해자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내용상 B는 기성용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에 기성용은 지난달 27일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완강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이후에도 ”뒤로 숨고 싶지 않다”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이후 피해자 측은 증거가 있으니 곧바로 제출하겠다고 해놓고, 기성용이 소송을 걸면 법정에서 제출하겠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