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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메디톡스 균주 절취 거짓인줄 알면서도 대웅제약 소송 이용하려고 허위 주장”

메디톡스에 균주 절취 혐의로 고소 당한 이씨 명예훼손 혐의로 정현호 대표·임원 상대로 소송/ "대웅제약에 정상적인 자문 제공했는데도 유리한 진술 하라고 종용" 주장/ "균주 절취 불가능한데도 서류 조작"도/ "식약처 품목허가 당시 생산과정 문제 발생해 허가 받지 않은 실험용 '원액 바꿔치기' 이용해 '메디톡신' 제조·판매" 지적도/ 소송에서 제출했던 자료 근본적인 신뢰도 흔들리면 국내 민사소송은 물론 美 ITC에서도 수세에 몰릴 수 있어

 

메디톡스로부터 보톡스(보툴리눔톡신) 균주 및 생산기술 자료를 훔쳐 경쟁사인 대웅제약에 유출한 혐의로 소송을 당한 이모씨가 메디톡스와 정현호 대표, 글로벌사업부 임원인 유모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메디톡스에서 병역 특례로 입사해 근무했었다.

 

23일 세계일보가 단독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그는 ‘메디톡신’이라는 상품명 등의 보톡스 제재를 제조·판매하는 메디톡스를 비롯한 피고 전체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입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청구했다.

 

이씨 측은 소장에서 메디톡스로부터 2017년 1월 대웅제약과 함께 서울경찰청에 피고소됐고, 국내 민사소송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및 인디애나주 민사소송, 국제무역위원회(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제소 등을 통해 일상은 물론 경제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모자라 메디톡스는 그가 근무했던 미국 퍼듀대 총장 등에게 허위내용의 전자우편을 발송했고, 사설탐정을 고용해 접근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로 메디톡스에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종용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씨 측은 “메디톡스에서 퇴사한 뒤 대웅제약에 정상적인 자문을 제공한 바 있다”며 “두 회사 중 어느 한곳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종

 

이번 소송이 더욱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소장의 핵심 내용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에서 가장 주요한 쟁점인 균주 절취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장에서 메디톡스의 균주 절취 주장은 모두 허구이며, 이를 알면서도 대웅제약과의 소송에 이용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러한 허위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 측은 “ITC 절차를 통해 제공받은 정보에 따르면 피고들이 의심하는 ‘메디톡스 회사 이메일에서 원고 개인 이메일로 자료 전송’, ‘메디톡스 자료 인쇄’는 메디톡스를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임이 확인되었고, 보툴리눔 균주 보관소 로그 기록 등의 결과 메디톡스의 균주를 절취하지 않았음이 모두 입증되었다”며 “오히려 메디톡스가 ITC에 제출한 자료 중에서는 원고의 서명이 누군가에 의해 위조된 서류가 발견되기도 하였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ITC 재판에 참석해 메디톡스가 제출한 증거를 열람했는데, 균주 관리대장에 본인의 서명이 위조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대장은 그가 균주를 무단 반출했다는 사실과 관련된 핵심 증거로 제출된 만큼 이씨의 주장이 맞다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여러 소송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씨 측은 “피고들은 원고가 2008년쯤 메디톡스의 균주를 불상의 방법으로 절취했다고 주장할 뿐 이외에는 일시와 방법, 장소 등을 특정조차 못하고 있다”며 “메디톡스는 자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보툴니늄 균주를 철저히 관리였는 바, 균주가 절취되었다고 주장하며 일시, 방법 등조차 특정하지 못할 수가 없다”고 메디톡스의 기존 주장을 반박했다.

 

균주 반출 자체가 불가능한데도, 이씨의 퇴사 직전 함께 균주 실험을 한 팀원 윤모씨의 보관소 로그 기록을 토대로 절취를 의심한 것은 메디톡스의 허위 주장이라는 게 이씨 측의 설명이다.

 

그는 또 소장에서 “피고들은 ITC 절차에서 원고와 관련된 자료들을 제출했는데, 국내 수사기관에는 이들 자료의 존재를 숨겨 원고의 무고함을 밝히는 것을 방해했다”며 “원고가 실험을 한 기억조차 없는 마스터 균주에 관한 3년 장기 안정성 시험 리포트 및 균주 특성화 보고서에서도 원고의 필체와 다른 필체로 원고의 서명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여 승인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원고가 균주를 절취하였다는 허위의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한 허위의 증거를 작출할 의도였는지 알 수 없으나, 원고의 서명을 위조했다”고도 했다.

 

이씨 측은 나아가 메디톡스에 재직할 당시에는 메디톡신 생산기술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을 당시 제대로 된 생산기술이 없어 안정성 시험자료 등을 광범위하게 조작해 허위 제출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탓에 허가 후에도 제품 생산과정에 문제가 계속 발생하였다고 소장에 명시했다.

 

아울러 “문제를 덮어두고 허가 받지 않은 실험용 원액을 이용해 메디톡신을 제조·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전성, 유효성 평가를 전혀 하지 않고, 우수건강기능농식품제조기준(GMP) 기준을 따르지 않은 실험용 원액으로 만든 제품을 환자에게 사용하면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메디톡스가 지속적인 ‘원액 바꿔치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대로 된 생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에 더해 이씨 측은 최근까지도 이런 문제는 지속된 것으로 들었으며, 근무 당시 상사가 공정을 개선하라고 지시하면서 불법으로 입수한 다른 회사의 영업비밀 자료를 건네주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청주지검에서 조작을 지시한 메디톡스 공장장을 구속 기소하는 한편 정 대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이씨 측은 또 소장에서 “재판을 통해 메디톡스 측의 허위고소 내용에 대한 본인의 결백이 조속히 입증될 것으로 기대해 지금까지 방어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그러나 메디톡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사설탐정까지 고용하여 지인들에게 협박 메일을 보내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나아가 “본인의 결백함을 알면서도 수년간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심지어 본인의 서명까지 위조해 재판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메디톡스의 이러한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소 제기로 그간 대웅제약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여오면서 검찰 수사와 식약처의 제품 회수 행정처분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메디톡스는 다시 한번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