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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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60대 4명 확진 지자체마다 “방문 자제”

상춘객 몰리는 관광지 방역 비상 / 지인들과 구례 산수유 마을 관광 / 꽃축제 취소 불구 방문객들 몰려 / 야외라 해도 사람 많으면 ‘위험’ / 창원시 등 유입 차단 추가 조치

기온이 오르면서 야외로 나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물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지자체가 봄꽃축제를 취소하고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으나,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의 방문을 막지는 못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꽃놀이를 다녀온 뒤 확진을 받은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방역 당국은 야외라도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방자지단체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남 구례군 산수유마을로 나들이를 다녀온 일행 5명 중 4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21일 경주 거주 여성(60)이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날 부산 62세 여성과 남성 등 부산지역 2명, 함안 거주 남성(60) 1명 등 모두 4명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명은 음성이었다. 경주 확진자의 접촉자 16명도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자칫 지역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례군은 산수유 축제를 취소했지만, 이들 5명은 함께 같은 차를 타고 구례로 이동해 산수유마을, 사성암 등을 구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이들이 나들이 장소 등에서 다른 사람에게서 감염됐는지 정확한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같은 날 산수유마을을 다녀간 사람 중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야외는 밀폐된 실내보다는 코로나19에 덜 위험한 환경이긴 하다. 야외 공원 등에서는 공기의 흐름이 있고, 2m 이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역 당국은 이러한 조건에서 가벼운 산책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야외라고 해도 사람이 많이 모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스크를 쓰고 조심한다고 해도 2m 이상 떨어져 있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음료수 등을 마실 때는 마스크를 내려야 한다. 여럿이 쓰는 화장실 등에서 감염위험도 있다.

 

한 달 넘게 지속된 코로나19에 따른 피로감으로 활동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에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야외활동이라도 다중이 밀접하게 모이는 행사나 공연, 집회 등은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봄꽃축제 자체가 사람들이 모여 있을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가급적 방문을 삼가는 것이 좋다”며 “축제 가는 것 자체를 아예 금지할 수 없기에 가더라도 여러 사람이 모인 곳은 가급적 피하고, 특히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나들이객 북적 코로나19 여파로 갑갑한 일상에 갇힌 시민들이 따뜻한 봄날씨를 보인 22일 야외 나들이에 나서면서 강원 속초해수욕장(위쪽 사진)과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양양·광양=연합뉴스

진해 군항제, 광양 매화축제, 함평 나비축제, 여의도 벚꽃축제 등은 이미 취소한 상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모여들자 각 지자체는 추가 조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벚꽃축제인 진해 군항제를 취소한 경남 창원시는 외부 관광객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경화역과 여좌천, 제황산 공원, 내수면 연구소의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고 밝혔다.

 

진해 경화역은 이날부터 전면 통제됐다. 경화역으로 통하는 출입구 11개 전체가 폐쇄되고, 방문객 출입이 완전히 차단됐다. 또 경화역과 진해역 3차로 변에 한시적으로 허용하던 주차구간을 없애고, 불법 주정차 단속도 한층 강화해 차량 유입을 차단한다.

23일 오후 대구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두고 앉고 있다. 연합뉴스

카이스트는 대전의 벚꽃 명소로 알려진 본원 캠퍼스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지역주민 등 외부인은 물론 교직원·학생 가족까지 평일과 주말 내내 대전 본원 캠퍼스 출입을 강력히 제한한다.

23일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산수유마을에서 방역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이천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해 산수유꽃축제를 취소했다. 연합뉴스

전남 광양시는 이달 6일~15일 열릴 예정이던 광양 매화축제를 일찌감치 취소했는데도 축제 개최에 버금가는 인파들이 다녀갔다. 지난 6∼15일 열흘 동안에만 31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매화마을 주민들은 마을 외곽에 방문 자제를 호소하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꽃이 질 때까지 집 밖 외출을 삼가고 있다.

 

이진경 기자, 창원·대전=강민한·임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