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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처음이라”… 입법활동 위해 발로 뛰고 열공하고 [21대 초선의원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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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원 되기’ 현장 속으로 / 신현영, 전국 돌며 코로나 의료봉사 / 질병관리청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 / 이용, 개원 후 원탁테이블 놓고 과외 / 보좌진과 함께 수평적 입장서 토론 / 조정훈, 한달간 대리운전 기사 체험 / 플랫폼 노동자 위한 법안 추진 계획 /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중 5명 초선 / 당 차원 정책·입법 과제 스터디 꾸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지난 5월 스마트폰 대리운전 앱을 켜고 고객들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조정훈 의원실 제공

“곧 도착합니다!”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전화벨이 쉬지 않고 울린다. 마음이 급해진다. 횡단보도의 깜빡이는 신호등 녹색불을 보고 이내 달리기 시작한다. 차량들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어두운 밤이지만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고객의 재촉에 뛸 수밖에 없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지난 4월 27일부터 21대 국회 임기 시작 전날인 5월 29일까지 한 달가량 대리운전 기사 체험을 했다. 대리운전, 택배 및 배달 종사자 등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을 직접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얘기로만 들었던 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는 건 차원이 달랐다. 심하게 취한 고객의 차를 몰고 간신히 아파트에 도착했지만 동과 호수를 말하지 않아 쩔쩔맨 일, 값비싼 외제차를 몰며 느꼈던 부담감 등.

조 의원은 대리운전자들이 경력 증빙을 위한 ‘경력증명서’조차 뗄 수 없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10년 무사고 대리운전 경력도 전혀 인정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그분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체험이라고 하기에 부끄럽지만 현장 경험이 정책의 정교함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은 의욕에 차있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고, 바꾸고 싶어 한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면 평소 꿈꾸던 세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돼 그 욕심은 더 크다. 초선 의원들은 그만큼 자신의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법안을 발의하기 전 관련 분야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밤새 공부하는 열의에 불타있다. 21대 국회 초선들의 좌충우돌 분투기를 들여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지난 4월 1일 경기도 고양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를 검사를 하고 있다. 신현영 의원 페이스북

◆현장에 답이 있다

의사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도 현장 의료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된 뒤 총선 직전까지 전국을 누비며 코로나19 진료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가장 상황이 심각했던 대구·경북 지역에선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헌신을, 고양 드라이브스루 진료소에선 ‘K방역’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했지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료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신 의원은 “코로나19 사태처럼 상황이 급박할 땐 대응 시스템이 정말 중요한 걸 절실히 느꼈다”며 “현장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이를 고치는 것 또한 의사 역할에서 한 발짝 나아가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고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해 효율적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질병관리청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후 희망하던 보건복지위원회에 들어간 신 의원은 역시 지난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의료활동 등에 이바지한 사람도 국가유공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쳐) 이제는 건강과 방역이 국가안보나 다름없다”며 “국가 재난 상황에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만 강요할 게 아니라, 이들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6월 자신의 의원실에 전문가를 초청해 국회 입법절차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민형배 의원 페이스북

◆국회 공부하는 초짜 의원

자신들의 전문분야에선 잔뼈가 굵은 초선들이지만 국회 입법·정책 활동을 위해선 새로 공부해야 할 내용이 한가득이다. 오랜 청와대 경력을 갖춘 민주당 민형배 의원도 국회 의정활동의 기본부터 다지기 위해 ‘의원실 공부방’을 마련했다.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된 절차를 걸친 꼼꼼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민 의원은 의원실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당 정무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을 초청해 보좌진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기본적인 입법 절차부터 예산 편성 및 심의 과정까지 배운 뒤엔 토론 시간도 이어졌다. 그는 “본질에서 해답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의정활동 중) 부딪히고 막힐 땐 공부모임을 발판 삼겠다”고 말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인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개원 후 보좌진에게 의정활동과 관련한 ‘과외’를 받고 있다. 의원실에는 원탁 테이블을 들어놓고 주기적으로 보좌진과 둘러앉아 토론식 공부를 한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은퇴한 체육인들의 복지 등 법안 발의를 위한 체육 관련 정책 자료를 놓고 수평적 입장에서 다함께 기본부터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왼쪽 첫번째)이 지난 6월 의원실 원탁 테이블에 보좌진과 둘러앉아 의정활동 ‘과외’를 받고 있다. 이용 의원실 제공

◆‘여의도는 처음이라’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최근 법안 발의를 위해 여러 의원실을 돌며 법안에 도장을 받으러 다니다 한 행정비서에게 “저기 그냥 두고 가세요”라는 소리를 들었다. 평소 겉옷을 걸치고 있을 땐 배지를 달고 있어 그나마 의원인 줄 알아보지만, 당시 셔츠만 입고 있던 터라 비서가 29세의 젊은 전 의원을 의원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21대 국회의원 배지. 뉴스1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초선이자 1인 정당 소속으로 겪는 고충을 말했다. 그는 “최근 국회 사무처와 통화하다 정책 연구용 예산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며 “이것저것 모르는 내용들을 직접 물어보느라 사무처와 가장 많이 통화한 의원이 아마 저일 것”이라며 웃었다. 용 의원은 “아직까진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 국회 통로 곳곳을 다닐 때 직원분들이 ‘직원증 있으세요?’ 하며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의원회관에서 지하 통로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정해져 있는데 그걸 못 찾아 회관 한 바퀴를 뺑 돌아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곽은산·이귀전·최형창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