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도착합니다!”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전화벨이 쉬지 않고 울린다. 마음이 급해진다. 횡단보도의 깜빡이는 신호등 녹색불을 보고 이내 달리기 시작한다. 차량들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어두운 밤이지만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고객의 재촉에 뛸 수밖에 없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지난 4월 27일부터 21대 국회 임기 시작 전날인 5월 29일까지 한 달가량 대리운전 기사 체험을 했다. 대리운전, 택배 및 배달 종사자 등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을 직접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얘기로만 들었던 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는 건 차원이 달랐다. 심하게 취한 고객의 차를 몰고 간신히 아파트에 도착했지만 동과 호수를 말하지 않아 쩔쩔맨 일, 값비싼 외제차를 몰며 느꼈던 부담감 등.
조 의원은 대리운전자들이 경력 증빙을 위한 ‘경력증명서’조차 뗄 수 없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10년 무사고 대리운전 경력도 전혀 인정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그분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체험이라고 하기에 부끄럽지만 현장 경험이 정책의 정교함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은 의욕에 차있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고, 바꾸고 싶어 한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면 평소 꿈꾸던 세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돼 그 욕심은 더 크다. 초선 의원들은 그만큼 자신의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법안을 발의하기 전 관련 분야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밤새 공부하는 열의에 불타있다. 21대 국회 초선들의 좌충우돌 분투기를 들여다봤다.
◆현장에 답이 있다
의사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도 현장 의료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된 뒤 총선 직전까지 전국을 누비며 코로나19 진료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가장 상황이 심각했던 대구·경북 지역에선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헌신을, 고양 드라이브스루 진료소에선 ‘K방역’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했지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료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신 의원은 “코로나19 사태처럼 상황이 급박할 땐 대응 시스템이 정말 중요한 걸 절실히 느꼈다”며 “현장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이를 고치는 것 또한 의사 역할에서 한 발짝 나아가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고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해 효율적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질병관리청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후 희망하던 보건복지위원회에 들어간 신 의원은 역시 지난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의료활동 등에 이바지한 사람도 국가유공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쳐) 이제는 건강과 방역이 국가안보나 다름없다”며 “국가 재난 상황에 의료인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만 강요할 게 아니라, 이들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국회 공부하는 초짜 의원
자신들의 전문분야에선 잔뼈가 굵은 초선들이지만 국회 입법·정책 활동을 위해선 새로 공부해야 할 내용이 한가득이다. 오랜 청와대 경력을 갖춘 민주당 민형배 의원도 국회 의정활동의 기본부터 다지기 위해 ‘의원실 공부방’을 마련했다.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된 절차를 걸친 꼼꼼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민 의원은 의원실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당 정무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을 초청해 보좌진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기본적인 입법 절차부터 예산 편성 및 심의 과정까지 배운 뒤엔 토론 시간도 이어졌다. 그는 “본질에서 해답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의정활동 중) 부딪히고 막힐 땐 공부모임을 발판 삼겠다”고 말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인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개원 후 보좌진에게 의정활동과 관련한 ‘과외’를 받고 있다. 의원실에는 원탁 테이블을 들어놓고 주기적으로 보좌진과 둘러앉아 토론식 공부를 한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은퇴한 체육인들의 복지 등 법안 발의를 위한 체육 관련 정책 자료를 놓고 수평적 입장에서 다함께 기본부터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는 처음이라’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최근 법안 발의를 위해 여러 의원실을 돌며 법안에 도장을 받으러 다니다 한 행정비서에게 “저기 그냥 두고 가세요”라는 소리를 들었다. 평소 겉옷을 걸치고 있을 땐 배지를 달고 있어 그나마 의원인 줄 알아보지만, 당시 셔츠만 입고 있던 터라 비서가 29세의 젊은 전 의원을 의원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초선이자 1인 정당 소속으로 겪는 고충을 말했다. 그는 “최근 국회 사무처와 통화하다 정책 연구용 예산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며 “이것저것 모르는 내용들을 직접 물어보느라 사무처와 가장 많이 통화한 의원이 아마 저일 것”이라며 웃었다. 용 의원은 “아직까진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 국회 통로 곳곳을 다닐 때 직원분들이 ‘직원증 있으세요?’ 하며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의원회관에서 지하 통로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정해져 있는데 그걸 못 찾아 회관 한 바퀴를 뺑 돌아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곽은산·이귀전·최형창 기자 silver@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