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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껑충 뛴 집값 따라 주택연금 가입 문도 넓어지나

현재 시가 9억 이하 주택만 해당
집값 급등세에 요건 완화 목소리
“공시가 기준으로 해야” 주장 많아
일각 “주택연금만 낮추는 건 부당”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돌파하면서 주택연금 가입요건(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당국도 이런 주장에 공감하고, 21대 국회도 주택연금 가입 문턱을 낮추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을 속속 발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타 정책에 적용되는 고가주택 기준(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은 그대로 둔 채 주택연금 가입기준만 완화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3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주택연금 제도 이용자는 7만3421명이다. 가입 평균 연령은 72세이고, 담보로 내놓은 주택의 평균 가격은 2억9800만원이다. 제도 이용자들이 매달 평균적으로 받는 연금액(102만원)은 100만원을 조금 넘었다.

2007년 7월 처음 시행된 주택연금 제도는 만 55세 이상인 자가 본인이 사는 집을 담보로 맡기면 평생 연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증해주는 제도다. 은퇴 후 가진 게 집밖에 없어 생활비가 부족한 이들이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복지제도 성격이 강하다.

한국은 외국보다 보유자산 중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 비중(74.4%)이 높아 노후자산을 현금화하기 쉽지 않다. 미국과 일본, 영국은 해당 비중이 각각 30.5%, 37.8%, 47.2%에 불과하다.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된 국내 고령자들에게 주택연금은 요긴한 제도인 셈이다.

주택연금 제도를 이용하다 부부가 모두 죽으면 정부가 주택을 처분해 정산하고, 주택을 처분한 값이 연금수령액보다 많으면 차액을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현행법상 시가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보유한 자는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주택 가격이 급등해 시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이 많아지면서 가입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주택연금 가입대상 주택가격 상한을 공시가격 9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주택으로 자산의 대부분을 보유한 고령층의 소득 확보를 위해 주택연금 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고가주택은 가입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가입요건이 엄격해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하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고가주택 기준인 ‘시가 9억원 초과’는 2008년 도입돼 12년이나 지났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9억원 이상 주택이 고급주택이라는 것은 옛날이야기”라며 “정책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당에서도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가주택 보유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다만 최근 정부가 연달아 발표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 등에서 여전히 고가주택의 기준이 ‘시가 9억원 초과’로 돼 있는데 주택연금 가입요건만 ‘공시가 9억원 초과’로 낮추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공시가 9억원 주택을 시가로 변환하면 12억~13억원 수준의 주택이 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주택 가격에 관계없이 본인의 주택을 가지고 생활비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사회안전망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주택연금 기준을 ‘시가 9억원 이하’로 맞추면 부동산 대책 등에 적용되는 기준도 ‘시가 9억원’으로 맞춰야 형평에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