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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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아파트 더 세우면 집값 잡힐까… “서울 홍콩화 우려”

8·4대책에도 집값 더 오를 가능성… “LH 분양가 규제해야”
“도심 고밀도 개발,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 악화 우려돼”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4일 또 한 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도심에서 ‘안 쓰는 땅’들을 발굴해 3만호 이상, ‘고밀도 재건축’을 통한 5만호 등 신규 주택 13만2000호를 포함해 서울 수도권에 총 26만2000호의 주택을 공급해 주택 가격을 하락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이번 대책을 두고 ‘서울의 과밀화만 부추길 뿐 실질적인 시장 안정 효과는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도심에 50층 고층 아파트들이 다닥다닥 ‘고밀도’로 들어서며 집값조차 떨어지지 않는 ‘서울의 홍콩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책, 집값 더 오를 가능성 커… LH 분양가 규제해야”

 

전문가들은 서울에 13만호 이상의 신규 주택이 공급되더라도 그 가격 상한이 정해지지 않으면 집값 하락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계획본부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은) 집값이 낮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더 오를 가능성만 더 크다”며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 상향을 지적했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대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참여를 전제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종 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사진=뉴시스

김 본부장은 “그러면 재개발, 재건축 단지 아파트값이 더 뛴다”며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는 누구나 다 분양받고 싶어한다. 서울 시내 강·남북 전체 아파트값이 평균적으로 50%가 올랐다”며 매매 수요가 강력함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공급을 하되,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헌 아파트값의 50% 가격에 계속 공급이 꾸준히 된다면 헌 아파트값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며 “그런데 LH에서 공급한 아파트들이 한 번 손갈이 될 때마다 주변 시세하고 똑같이 오른다. 그거 어떻게 막는가”라고 비판했다. LH가 현 시세와 비슷한 금액으로 주택을 분양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해석이다. 

 

김 본부장은 “LH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강남 30평짜리를 3억에 분양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LH가 얼마에 분양하냐면 7억에 분양한다”며 “폭리를 취하고 분양 원가 자료를 좀 공개하라 했더니 공개를 안 하고 소송을 하라고 해서 경실련에서 소송 중”이라고 밝혔다. 법제화한 분양가 상한제 및 공급시스템의 전면적 개선 없이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가운데)이 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에 따른 세부 공급계획을 밝힌 후 취재진 질문에 대해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뉴스1

◆“고밀도 개발,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 악화”

 

‘도심 고밀도 개발’이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시 환경 및 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날 “고밀도 개발을 하면 일조권, 조망권 침해 및 교통 혼잡 등의 공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중교통망을 확충한다 해도 세대 수에 비례해 늘어난 차량으로 인한 시내 혼잡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자칫 서울이 작은 평수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빽빽한 홍콩처럼 변모할 수 있다”고도 걱정했다.

 

이 연구원은 또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임대아파트를 더 공급하라는 정책 방향은 기존의 것을 답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재개발과 재건축 대책이 현재 그 지역에 사는 원주민의 정착률을 담보하지 못하는 부분도 문제라고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 26만2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의 실질적 효과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정부는 26만2000호라는 식으로 공표되는 주택 숫자를 늘리는데 주력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15만 가구인지, 12평짜리를 청년주택을 기준으로 15만 가구인지가 불명확하다”고 공급 계획이 불명확함을 지적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