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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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집값 폭등, 공급 탓 아냐… LH·건설사 막대한 부당이득 안길 것”

신규 26만호 중 70%가 판매용 아파트… 투기수단 전락 자명
신도시 등 고분양가 책정으로 공기업, 건설업계만 배불릴 것
경제정의실천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서울 집값 상승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수도권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8·4 부동산대책에 대해 “신규주택 건설로 LH, SH 등 공기업과 건설업계에 막대한 부당이득을 안겨줄 것”이라며 “서민 주거 안정이 아닌 투기 조장책”이라고 반발했다.

 

경실련은 4일 성명을 통해 “지금의 집값 폭등은 결코 공급 물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라며 “집값에 거품이 잔뜩 낀 상황에서, 분양가를 찔끔 낮춘 새 아파트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오히려 주변 집값을 자극할 뿐”이라고 내다봤다.

 

경실련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신도시 개발을 통한 부동산 공급확대 정책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판교, 위례신도시 등에서 고분양가가 책정되면서 LH, SH 등 공기업과 건설업계만 수조원의 막대한 부당이득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의 신도시개발은 서민주거안정으로 포장된 공기업과 건설업계의 먹잇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8·4)대책으로 발표된 26만호에 서민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일부에 불과하다. 70%는 과거처럼 판매용 아파트”라고 지적하며 “신규주택 건설로 공기업과 건설업계에 막대한 부당이득을 안겨줄 것이고, 이후에는 투기세력들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당장 공급효과가 발생하는 효과적인 공급책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700만채를 시장에 내놓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개발 및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에 대해서도 “이에 따른 개발이익환수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재건축 단지 내의 공공임대 확충 또한 미미하다”며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거론하려면 개발이익환수 장치부터 제대로 손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강남 일대의 아파트단지 모습. 뉴시스

경실련은 “23번째 (부동산) 공급 확대책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공기업, 건설업계와 함께 투기를 조장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처럼 보인다”며 이번 부동산 대책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정책 책임자인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날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26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태릉골프장, 용산 미군 반환부지, 정부과천청사 등 신규 택지 발굴,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및 기존사업 고밀화, 재개발, 재건축 공공참여시 용적률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