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의 괴롭힘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 유족이 가해 주민 심모(49)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이겼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0단독 노연주 판사는 12일 최씨 유족이 심씨를 상대로 낸 1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유족 측은 “고인이 평소 극진하게 사랑하던 두 딸을 뒤로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은 20여 일에 걸친 심씨의 집요하고 악랄한 폭행, 상해, 괴롭힘으로 정상적 인식능력 등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22일 최씨가 생전에 당한 폭행과 상해 등의 치료비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5000만원, 최씨 사망으로 그의 두 딸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각각 2500만원 등 총 1억원을 청구했다.
이번 재판에서 최씨 유족은 무변론 승소했다. 심씨는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무대응했다. 현행 민법은 피고가 제기된 소 내용을 전달받고 일정 기간 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간주, 법원의 무변론 판결을 인정한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는 “심씨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아예 재판에서 다툴 기회도 없었다”며 “다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돼 다행이고 민사적으로도 가해자가 유족에게 배상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심씨가 선고 이후 2주 내로 항소하지 않을 경우 1심 판결이 확정된다. 이 경우 배상금 1억원은 심씨의 재산을 가압류하는 방법 등을 통해 집행될 수 있다.
심씨는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감금·상해·보복폭행)을 비롯해 무고, 강요미수, 협박, 상해 등 총 7개의 혐의를 적용해 심씨를 재판에 넘겼다.
최씨는 심씨와 지난 4월21일 주차 문제로 다툰 뒤 심씨한테 상해와 폭행, 협박 등을 당했다는 음성 유언을 남기고 5월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비원인 최씨가 아파트 주차장을 정리하며 심씨 차를 손으로 밀었다는 이유로 심씨는 최씨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심씨는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