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강인 잔류했지만… 어수선한 발렌시아

전력 보강 ‘뒷짐’… 리그 8위 추락
가르시아 감독 자진 사임설까지
이강인이 지난달 30일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의 레알레 아레나에서 열린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경기에서 슈팅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산세바스티안=EPA연합뉴스

발렌시아CF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함께 명문으로 손꼽히는 팀이다. 이 때문에 한국축구 최고 유망주 이강인(19·사진)이 발렌시아 1군에 안착했을 때 많은 축구팬들이 큰 기대를 품었다. 전통 강호의 안정된 시스템 속에서 그가 차근차근 기량을 발전시켜 언젠가 한국축구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강인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히려 발렌시아가 몰락 중이기 때문이다. 불과 2시즌 전만 해도 리그 4위를 차지해 지난 시즌 UCL 본선까지 나섰던 발렌시아는 올 시즌 초반 5경기 2승1무2패로 리그 8위에 올라있다. 특히 경기력에서 ‘최악의 팀’으로 줄곧 거론되는 중이다. 이런 초반 부진은 오프시즌 동안 리빌딩을 위해 다니 파레호(31), 프란시스 코클랭(29·이상 비야레알), 페란 토레스(20·맨체스터시티), 로드리고 모레노(29·리즈) 등 핵심 선수 다수를 내보내며 이미 예견됐었다. 문제는 떠난 선수들의 공백을 메울 영입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개막전 승리 이후 경기력 문제가 줄곧 지적됐지만 이를 타개할 노력 없이 지난 6일 여름 영입시장이 종료되고 말았다.

 

결국, 하비 가르시아 감독조차 폭발했다. 지난 6일 ‘카데나 세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르시아 감독은 지난 7월 부임 당시 구단이 약속한 4∼5명의 영입을 이행하지 않으면 자진사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력 보강이 전무한 속에서 그나마 리그 중위권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가르시아 감독까지 사임하면 발렌시아는 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강인에게도 악재다. 개막전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2도움으로 활약했던 그는 이후 경기들에서 주전 2회, 교체 2회 등 전 경기 출장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발렌시아 수비와 중원이 붕괴돼 후방에서 전방으로 패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며 공격 상황에서 활약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영향이 컸다. 이런 어려움 속에 최근 타구단 이적설이 재점화됐지만 최종적으로 잔류를 선택하기도 했다. 다시 스페인에서의 도전을 선택한 만큼 하루빨리 팀이 재정비돼 이강인이 활개 칠 팀 체제가 갖춰져야 하지만, 어수선한 팀 상황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켜보는 축구팬들도 답답하기만 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