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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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파이’ 출신 英 첩보소설 거장 존 르 카레 별세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원작 소설가로 유명한 영국의 첩보소설 거장 존 르 카레가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르 카레는 영국 남서부의 콘월 병원에서 폐렴으로 지난 12일 숨졌다. 그의 소속사는 르 카레의 사망 사실을 발표하며 “논쟁의 여지가 없는 영국 문학의 거인”이라고 추모했다.

 

르 카레는 1931년 영국 남서부 출신으로 지난 60년간 20편이 넘는 작품을 내놨다. 진영 간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졌던 냉전시대를 무대로 한 그의 소설은 큰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1963년에 출간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 정보기관 MI5와 MI6에서 실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르 카레의 첩보 소설은 스파이 활동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남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정보기관과 인연을 맺은건 1940년대말 스위스에서 독일어 공부를 하면서다. 이튼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그는 영국 외무성의 정보 장교로 일하면서 정보 요원 채용, 교육, 관리에 관여하는 업무를 맡았다.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진영 간 경쟁과 갈등이 극심했던 냉전시기로 첩보 활동도 치열했던 시기였다.

 

르 카레의 본명은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웰’이다. 정보기관에 적을 둔 첩보원 신분을 유지한 채 실명으로 소설을 발표하는 것은 기밀누설 등 논란이 될 수 있어 ‘존 르 카레’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됐다. 당시 출판사는 ‘척 스미스’같은 앵글로 색슨 계열의 간명한 필명을 권했으나 그의 선택은 ‘존 르 카레’였다. 

 

르 카레는 은퇴한 첩보원 캐릭터 ‘조지 스마일리’를 첫 소설인 1961년작 ‘죽은 자에게서 걸려온 전화’에서부터 줄곧 작품에 등장시켰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에도 출연한 바 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