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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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갈림길에 선 쌍용차… 10년 만에 또 법정관리 돌입

향후 운명은
일각 ‘청산가치가 높아’ 분석 불구
협력사 파산·대규모 실업자 우려
회생계획인가 전 M&A 나설 듯
국내외서 6∼7개 업체 인수 의향

1년 개선기간 받아 당장 상폐 면해
은성수 “당장 자금지원 전제 안 돼”
법원이 쌍용자동차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15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평택출고센터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쌍용차는 2011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후 10년 만에 다시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평택=뉴스1

쌍용차가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2만여명의 일자리가 걸린 일인 만큼 청산보다는 매각을 통한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은 15일 쌍용차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21일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115일 만이자 2011년 3월14일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이다. 법원은 그동안 쌍용차가 기업회생과 함께 신청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회생 개시 결정을 미뤄 왔지만, 지난달 31일까지 우선협상대상자인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의향서(LOI)조차 제출하지 못하면서 쌍용차가 이같이 결정했다.

 

법원은 회생 관리절차 관리인에 매각 협상을 주도해 온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을 선임했다. 이날 쌍용차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와 관련한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아 당장 상장폐지는 면하게 됐다. 다만 주식거래 정지는 내년 4월14일까지 유지된다.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면 △채권자 목록 제출과 채권 조사 △조사위원 조사보고서 제출 △관계인 설명회 △회생계획안 제출 △관계인 집회(회생계획안 심의·의결) △회생계획 인가 결정 △회생계획 종결 결정 등의 순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법원은 우선 조사위원을 선임해 쌍용차의 재무상태에 대한 정밀실사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 회생의 1차 관문인 이 단계에서 조사위원은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되면 청산 보고를 할 수 있고, 회생절차를 지속하자는 의견을 내면 관리인은 회생 계획안을 작성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쌍용차가 갚아야 할 공익채권 규모가 3700억원에 달하는 점과 5000명에 가까운 직원 숫자 등을 들어 청산가치가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다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쌍용차가 파산할 경우 직원과 협력사 등 총 2만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양산되는 것이 정부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해 청산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서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유상증자 등 투자계획을 반영한 회생 계획안을 만드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존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를 포함해 국내외 6∼7개 업체가 인수 의향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로 알려진 박석전앤컴퍼니 등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당장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전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날 증권사 대표 등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채권단이 (쌍용차) 스스로 돌아갈 정도가 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날 회생계획인가 전 다수 인수후보자 간 경쟁을 유도해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추진 시기만 달라질 뿐 회생절차 개시를 전제로 M&A를 추진해 회생절차의 조기 종결을 도모한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채권자의 권리 보호와 회사의 회생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조업이 관건인 만큼 협력사들과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생산을 재개하고 차질 없는 애프터서비스(AS)를 통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따른 고객 불안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쌍용자동차는 반도체 소자 부품 수급 차질로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평택공장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슬림화한다면 회생방안을 찾을 수 있겠지만 최근 급변하는 미래차 시장에서 존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노조와 어떻게 합의점을 찾느냐가 회생의 1차 관문”이라고 말했다.

 

조병욱·이희진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