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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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의회 청문회에 간 대북전단법 당장 폐지해야

미국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어제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화상 청문회를 개최했다. 증인으로 나선 고든 창 변호사는 청문회에 앞서 “한국 민주주의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인권 실상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이번 청문회는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대북전단금지법의 부당성이 청문회 화두였다. 앞서 인권위 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이 가장 잔인한 공산정권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행위를 범죄화한다”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외부 정보의 북한 유입 등 미국과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북한인권 증진 노력을 방해한다는 데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하는 일의 전부인데, 매우 중요한 이 일이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영향을 받아 중단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화상으로 청문회를 지켜본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에 공감할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청문회를 깎아내리기에만 급급했다. 통일부는 “랜토스 인권위는 의결 권한이 없고 정책연구모임 성격에 가깝다”며 “청문회도 한국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심지어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미국이 아무리 큰 나라지만 의회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미 의회가 청문회를 여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까지 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한국이 독립적이고 강한 사법부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이 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존중한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27개 시민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돌아보게 된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라”고 하자 정부는 반나절 만에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데도 지난해 12월 여당이 일방적으로 이 법을 통과시켰고, 3월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북측의 “미국산 앵무새”라는 비난뿐이다. 이처럼 명분도 실익도 없는 대북전단금지법은 당장 폐지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