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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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 “대북전단금지법은 ‘성경·BTS 풍선 금지법'… 수정하길 희망"

“한국, 북·중 관계개선 및 비핵화 위해 인권 약속 후퇴
인권변호사 출신 문 정부, 인권 초점에 실패”
2019년 4월,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경기 연천군 백학면 백령리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개최한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에서 해당 법안이 북한으로 종교와 문화 등의 유입을 차단한만큼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정부가 인권에 초점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거나 ‘통일을 위해 한국사회를 북한처럼 만들려고 한다’는 억측도 제기됐다.

 

인권위 공동 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진행된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성경·BTS 풍선 금지법’이라고 칭하고, 이 법이 시행되면서 북한으로 종교와 문화 등의 유입이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불법화한 법안에 대해 비판적인 성명을 낸 지난해 12월에 결정됐다”고 밝혔다. 청문회 주제 등이 소개되면서 한국에서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과 관련, 일부러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 헌법과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의원은 특히 “한국 정부가 북한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 비핵화 등을 이유로 인권에 대한 오랜 약속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북한주민 2500만명의 자유를 외면한 이런 전략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문 정권이 인권에 초점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의원은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석을 차지한 문재인 정부가 권력의 도를 넘었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은 물론 북한 문제에 관여해온 시민사회 단체를 괴롭히기 위해 검찰 권력을 정치화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공동 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인권단체 의 주장을 소개하고 한국 정부의 대응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나는 개인적으로 국회가 그 법의 수정을 결정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 한반도 인권에의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연 화상 청문회에서 크리스 스미스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계로 미 의회 내 한국연구모임(CSGK) 공동 의장인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도 “한·미 양국은 표현의 자유를 침묵시키고 불필요한 양보를 함으로써 (북한의) 나쁜 행동을 보상할 순 없다”며 “북한으로 흘러가는 많은 풍선은 외부세계에서 정보의 유일한 원천”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중국·북한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통일을 위해 한국 사회를 북한처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공포의 통치’라고 주장했다.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는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 포퓰리즘이 허울뿐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전수미 변호사는 탈북자들이 전단 때문에 북한에 남은 가족의 위험을 걱정하는 말을 종종 들었다며 미국이 다양한 탈북자 집단과 소통하는 데 열려있길 바란다고 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인권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의회 내 기구지만, 법이나 결의안을 자체 처리할 권한이 있는 상임위는 아니다. 이날 청문회도 공청회 성격이 강하고, 일부 증언은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청문회가 열린 이날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새로운 대북 정책 수립을 위한 검토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 청문회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