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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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최저연봉 7800만원 공약 외친 CEO의 '전화위복' 경영 철학

댄 프라이스. INC닷컴 캡처

 

자신의 급여를 90% 삭감하는 대신 직원들의 연봉을 최소 7만달러(약 7800만원)로 올려준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CEO 댄 프라이스가 근황을 밝혔다.

 

프라이스는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트위터에 뉴스 영상을 공유하면서 “6년 전 오늘 나는 직원들의 연봉을 최소 7만달러로 올렸다”며 “당시 폭스 뉴스는 나를 사회주의자라고 불렀고 직원들이 식량 배급 줄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프라이스는 지난 2015년 4월 자신의 연봉 110만달러(약 12억원)를 90% 삭감하고 전 직원 120명의 최저연봉을 3년 내 7만달러(약 7800만원)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파격적인 결정이 알려지자 프라이스는 ‘현대판 로빈 후드’로 추켜세워지기도 했지만, 과도한 임금이 노동자를 게으르게 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뭇매도 맞았다.

 

수백억원대 자산가인 방송인 러시 림바우는 당시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이 회사를 ‘왜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 사례로 삼아야 한다”고 조롱했다.

 

실제로 연봉 인상 결정 3개월 뒤 가격 인상, 서비스 악화를 우려한 일부 고객이 계약을 취소해 프라이스는 뉴욕 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영 악화로 집까지 내놓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회사는 일어났다.

 

INC닷컴에 따르면 2015년 10월 그래비티페이먼츠의 매출과 이익은 종전의 2배로 증가했다.

 

당시 2분기 고객 유지비율은 95%로 3년간 평균 91%보다 상승했고 월평균 30건이던 고객 문의 역시 2000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상승세를 그리던 프라이스에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했다.

 

코로나19로 수익이 55%까지 줄었다고 밝힌 프라이스는 지난해 “현 수준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4~6개월 이내에 문을 닫아야 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위기를 직면한 프라이스는 지난해 3월 “CEO로서 나는 톱다운 결정을 믿지 않는다”며 “나는 40시간 동안 직원들과 회사의 재정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직원들과 솔직한 대화 끝에 그는 직원 98%의 자발적인 일시 급여 삭감(최대 50%)을 받아냈고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그 누구도 정리해고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프라이스 자신은 급여 0달러로 깎았다고 한다. 

 

‘7만달러’ 선언 후 6년이 지난 현재 INC닷컴에 따르면 그래비티페이먼츠의 거래 규모는 2015년 38억 달러에서 102억 달러(11조4000억원)로 늘었다.

 

이날 그의 트윗에 따르면 6년 전보다 회사 수익은 3배, 고객 수는 2배 증가했다. 

 

그는 6년 전 자신을 조롱했던 림바우를 겨냥한 듯 “우리는 하버드 경영대의 연구 사례다”며 “자신의 집을 사게 된 직원이 10배 늘었다”고 강조했다.

 

말미에 그는 “언제나 사람에 투자하라”고 덧붙였다. 

 

김찬영 온라인 뉴스 기자 johndoe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