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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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격 버블 심하다” 美 연준의 경고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진단
“일부 평가가치 정상범위 벗어나
투자 위축 땐 주식 등 급락 가능성”
옐런 이어 공격적 투자 우려 제기
한국도 금리인상 영향 등 촉각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윌밍턴=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일(현지시간) 일부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틀 전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세계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시중 유동성이 주식과 가상화폐 등으로 몰리는 가운데 나온 버블 경고음이라서 예사롭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전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금융 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주식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차츰 감소할 경우 미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일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하면서 “주식시장 등에서의 자산 가격 상승이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 가격이 높은 건 부분적으로 낮은 국채이자율 때문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정상 수준보다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위험자산 수요가 줄면 가격이 크게 올랐던 자산들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주식과 회사채, 가상화폐에 쏠린 ‘영끌’, ‘빚투’ 같은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보고서는 주식시장 거품 외에도 헤지펀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상업용 부동산을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한국도 가계부채 규모가 1700조원을 넘고 2030세대가 경쟁적으로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으로 뛰어든 상황이라 흘려들을 수 없는 경고다. 버블이 꺼지면 언제든지 패닉 상황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잇달아 동결하면서 11개월째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서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물가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이 실제로 금리를 올린다면 외국계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그간 돈이 워낙 많이 풀리면서 버블이 형성됐고, 코로나 사태로 빠졌던 성장률도 다시 올라가고 있다”며 “미국 시장의 경우 변동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고, 우리나라 시장 또한 그보다 작게라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1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큰 폭 증가하는 등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다”며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통화정책적 차원의 고려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에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과 관련한 소수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시장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최근 자산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에 주목하며 경고음을 연이어 내는 것은 향후 시장의 충격을 줄여가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지로·김준영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