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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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계파갈등 뇌관 된 ‘경선 연기론’

친문 ‘연기’ 주장에 이재명계 역공
“시기 늦추는 건 패배 앞당기는 것”
대선주자별 입장 갈려 내홍 조짐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 경선 시기 등 ‘경선룰’을 놓고 ‘친문(친문재인)’과 ‘이재명계 비문’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선 시기를 늦출지 여부를 놓고 대선주자별로 입장이 갈리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경쟁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시작된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 선언을 한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서 “(경선 시기를 늦추는 것은)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헌·당규를 고쳐 국민의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선을 하는 것이 되레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도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날 친문 전재수 의원과 ‘친문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두관 의원이 대선 경선 연기를 주장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민 의원은 국민의힘에 비해 민주당 후보가 일찍 뽑히면 야당의 경선 과정을 지켜만 봐야 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이전투구 싸움을 시작할 때 민주당은 두 달이나 먼저 시민의 마음을 얻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프레임에 말려들면 본선에서 굉장히 위험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특정 주자를 배제시키고 양성할 목적으로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6일 경선시기를 9월 초에서 정부의 코로나19 집단면역 달성 목표시한인 11월로 두 달 미루자며 연기론의 포문을 열었다. 김두관 의원도 같은 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조찬 자리에서 경선 연기 필요성을 언급했고, 정 전 총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국민의힘 후보 선출이 대선 120일 전인데 굳이 민주당이 선거 180일 전에 후보를 확정해 일찍 공격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며 연기론의 명분을 내세웠다. 친문 적자 대선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계 비문은 4·7 재보선 전까지 친문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는 가운데 여론을 관망하며 한발 물러서 있었으나 앞으로는 더욱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선 주자와 민주당 지도부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길 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고민은 아직 안 한다. (당직) 인선도 덜 끝났고 정비가 된 다음에 차분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