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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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지급·국채상환’ 명분만 지킨 홍남기

절충안 이끌어내 재정건전성 의지 관철
당초 정부안서 후퇴, 실익 있을지 의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가운데)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처뿐인 승리.’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요구하는 여당에 한 달여를 맞서며 결국 ‘88% 선별지급’이라는 절충안을 만들어냈다. 이번 결과로 홍 부총리는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당초 정부 안에서 상당히 후퇴했다. 홍 부총리가 ‘실리는 없고 명분만 얻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국회와 기재부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새벽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경안을 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의 큰 틀을 유지하되 4차 재확산 수준에 맞춰 소상공인 피해 지원과 방역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홍 부총리의 발언이 상당 부분 실현됐다.

특히 홍 부총리가 ‘직을 걸고’ 주장한 부분이 국민지원금이다.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소득 하위 80%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후 여당이 ‘전 국민 지급’으로 당론을 바꾸면서 결국 홍 부총리가 뜻을 접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때도 소득 하위 70%로 진행되다 막판에 전 국민으로 뒤바뀐 전례가 이런 전망의 배경이 됐다.

국회에서 막바지 추경 논의가 있던 지난 23일 낮만 해도 전 국민 지급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홍 부총리가 사의 표명을 했다는 말도 돌았다.

25일 서울 명동거리의 한 매장에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지원금 지급안은 가구소득 기준 하위 80%를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를 좀 더 넓게 포괄하는 방식이었다. 2차 추경안 국회 제출 후 정부가 제시한 ‘80%+맞벌이·1인 가구 확대’안이 관철된 것이다. 여기에 재정건전성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국채상환 2조원도 홍 부총리의 뜻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 안이 상당 부분 후퇴한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다. 기재부가 처음 제출한 하위 70% 지급안은 물론 지난달 2차 추경안 발표 당시(80%)와 비교해도 크게 낮아졌다. 12%를 제외하는 데 소요되는 행정비용 등을 고려할 때 실익이 있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조1000억원으로 편성했던 카드 캐시백은 4000억원 감소했다. 이 제도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도 홍 부총리가 끝까지 지키려고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시작 시점과 적용 대상 등도 제대로 확정할 수 없는 제도를 추경안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세종=안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