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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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뛰니 빌라도 뒤이어 ‘껑충’… 지칠 줄 모르는 집값

2021년 전국 다세대·연립주택 상승률 4.66%
2020년 오름폭 넘어 13년 만에 최고치 예상

1∼8월 수도권 아파트값 13.11% 급등
‘역대 최악’ 2006년 상승폭 갈아치울 듯

새 임대차법 이후 전세물량 부족은 가속
“백약이 무효” 가을 이사철 대란 우려도
사진=뉴스1

옥탑과 함께 열악한 주거환경을 대표하는 서울의 18평 이하 반지하·지하 빌라 전세보증금이 사상 처음 1억원을 돌파했고, 다세대·연립주택 가격은 13년 만의 최고치를 넘보고 있다. 8월까지의 전국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한해 누적 상승률을 추월하며 ‘역대 최악’인 2006년 이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연휴 뒤 본격화할 가을 이사철을 앞둔 주택 임대·매매 시장 전반에서 가격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여서 국민의 삶이 질 저하가 우려된다.

2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국 다세대·연립주택(빌라)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4.66%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61%)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 해 전국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6.47%로, 2008년(7.87%)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전국 빌라 매매가격은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문제다. 수도권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 6월 0.24%까지 오름폭을 줄였다가 7월 0.68%, 8월 0.95%로 2개월 연속 상승 폭을 키우며 올해 들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올해 1∼8월 누적 상승률(5.41%)은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3.42%)을 능가했다.

아파트값 상승의 후광효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1∼8월 13.11% 올라 지난해(9.08%)의 1.4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2006년 연간 24.24%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전세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더욱 가속화한 전세물량 부족이 추석 이후 이사철을 맞아 ‘전세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전세대책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정부의 지난해 11·19 전세대책 물량 중 하나인 ‘전세형 공공임대 공실’ 활용 실적은 수도권에서 8754호로 목표치 1만5700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서울의 전용면적 60~85㎡ 규모 ‘공공전세 주택’ 목표치 1000호에서도 265호만 공급됐다. 이러다 보니 올 들어 8월까지 서울에서 전세 거래된 전용 60㎡ 이하 빌라 지하층의 전세보증금 평균액이 국토부 실거래가 집계 후 처음으로 1억원(다방 조사, 1억435만원)을 초과하는 등 주택 평수나 주거 여건과 무관하게 전세금이 매섭게 뛰고 있다.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이나 연말까지 마련한다는 정부의 전세대책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전세대란의 근본 원인인 당장의 공급 부족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갱신 거래가 크게 늘면서 시중에 전세 유통 물량이 크게 줄었고,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결과적으로 임차인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