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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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檢 ‘배임’ 뺀 유동규 기소, 이재명 무혐의 수순 아닌가

구속 때와 달리 수뢰 혐의만 적용
김만배에 받았다는 5억원도 제외
수사 중단하고 특별검사 자청해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권양숙 여사 예방에 앞서 지지자에게 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그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핵심 쟁점인 배임 혐의를 공소사실에서 뺐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이 공직자의 배임 혐의이고,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도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가 적시됐지만 기소하면서 이를 제외하고 뇌물수수 혐의 등만 적용했다.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기획관리본부장을 지내면서 대장동 민간 개발업체로부터 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3억5200만원을 받은 혐의 등만 기소한 것이다. 정작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받은 5억원은 뺐다. 구속영장을 받아낸 핵심 혐의를 빼고 기소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한 뒤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사 행태를 보면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군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로 불똥이 튀는 것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유 전 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승인·결재한 이 지사도 당연히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윗선’이라는 의혹을 받는 이 지사를 무혐의 처리하려는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검찰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무능과 부실, 노골적 봐주기는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이다. 뇌물 755억원, 배임 1100억원의 비리 혐의를 받는 김만배씨를 한 번만 소환하고 계좌추적도 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김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변호사에게 고지하고는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자 3시간여 만에 영장을 청구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석방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유 전 본부장의 휴대폰을 경찰이 CCTV를 보고 하루 만에 찾기도 했다. 이 지사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서 병합처리하지 않고 수원지검으로 이송한 것 또한 석연치 않다. 수사팀이 성남시청을 다섯 번째 압수수색한 그제서야 시장실과 비서실을 포함한 건 혀를 차게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는 “이렇게 수사를 미루고 뭉개다가 훗날 진실이 드러나면 검찰 수뇌부와 ‘대장동 게이트’ 수사팀은 사법적 단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수사팀이 대충 ‘꼬리 자르기’로 넘어가려 한다면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 조항에 따라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검찰은 이제라도 수사를 중단하고 특검을 자청하는 게 맞다. 오죽하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까지 “부실 수사, 뒷북 수사로 검찰 스스로가 특검을 불러들이고 있다”면서 이 지사에게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