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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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D-100, 네거티브 말고 정책·비전 경쟁할 때다

이재명·윤석열, 서로 “3무(無) 후보”
비방만으론 중도층 표심 못 잡아
최악의 ‘비호감 대선’ 오명 벗어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101일 앞둔 28일 서울 중구의 한 갤러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그림이 걸려 있다. 뉴스1

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민생 위기 등 나라 안팎의 도전 요인들로 시름하는 대한민국호를 5년 동안 이끌 선장을 뽑는다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유권자에게 제시하고 선택을 요청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비전과 정책을 두고 경쟁해도 모자랄 판에 네거티브 공방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여야 대선 후보 사이의 비방전은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그제 호남에서 “무식·무능·무당의 3무는 죄악”이라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겨냥하자 국민의힘 김은혜 선대위 대변인은 “3무의 원조는 진작부터 이 후보였다. 무법·무정·무치”라고 맞받았다. 윤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 논란,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 등을 서로 겨냥한 것이다. 어제는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이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과 조폭연루설 등을 겨냥해 “음주, 음흉, 음지의 3음 후보”라고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두 후보 진영은 그동안 상대 후보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수준 이하의 저질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해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번 대선이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두 후보의 비호감도가 유독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감을 조성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지지층을 결집시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속셈일 것이다. 하지만 네거티브만으론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외려 국민의 정치 혐오증을 부추기고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중도층과 부동층이 등을 돌리게 만들 뿐이다. 상대방을 흠집 내 표 얻을 궁리만 하는 후보가 승리한다면 반쪽 대통령에 그칠 것이다. 국민 통합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직면한 국내외적 현실은 어느 때보다 냉엄하다. 경제, 부동산은 물론 미·중 패권 경쟁과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과제도 수두룩하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다.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해법을 마련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상대방과 그 가족의 약점이나 물고 늘어지는 건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여야는 즉각 네거티브 공방을 멈추고 미래 비전과 정책 경쟁에 나서야 한다. 유권자가 냉철한 눈으로 옥석을 가려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