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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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檢 ‘50억 클럽’ 늑장 수사마저 면피성이면 역풍 맞을 것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지난 26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을 27일에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이다. 검찰이 9월 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선 지 약 두 달 만이다. 이들은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에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지하통로 등으로 청사에 들어가 특혜 논란이 일었다. 검찰의 수사 초점이 로비 의혹으로 옮겨갔지만 윗선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은 대장동 수사의 핵심 중 하나다. 화천대유 측이 대장동 개발에 참여해 수천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취하는 과정에서 고위 판검사와 정치인 출신으로 이뤄진 고문단이 사업의 장애 요소를 제거해 주고 대가를 챙겼을 개연성이 크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고, 박 전 특검의 딸도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무죄 의견 논의를 주도했고, 퇴임 두 달 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월 1500만원을 받았다. 화천대유와 이들이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건 합리적 의심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은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등 지금까지 기소된 대장동 피고인들의 공소장에도 이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검찰은 곽 전 의원만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을 뿐이다. 권 전 대법관, 박 전 특검에 대해선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은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권이 내심 바라는 곽 전 의원 영장을 청구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말이 벌써 나온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도입될 경우 로비 의혹 부실 수사 문제가 불거질까봐 뒤늦게 ‘보여주기식 수사’에 나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면서 특검 도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검찰이 얼마나 충실하게 수사 자료를 넘겨주는가에 따라 대장동 실체 규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검찰은 왜 수사 결과가 불신받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특검 출범 전까지 로비 의혹 수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다시 ‘면피성 수사’나 ‘면죄부 수사’에 그친다면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