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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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참사, 후진국형 ‘人災’ 언제까지

현장 작업자 6명 실종, 1명 부상
공기단축·부실시공에 안전 뒷전
책임 규명·재발방지 대책 시급

신축 중인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외벽이 붕괴해 6명이 실종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11일 오후 3시45분쯤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장 39층 콘크리트 타설작업 도중 갑자기 23~38층 외벽 등 구조물이 종잇장처럼 찢겨져 떨어졌다. CCTV 영상을 통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외벽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연락이 두절된 6명은 28~31층에서 설비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이라고 한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참사를 지켜봐야 할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번 참사는 무리한 공기 단축과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이 무너지고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손상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 전문가들은 연일 강풍이 불어 타워크레인 지지대와 거푸집 등이 풍압을 견디지 못했거나 하부에 타설해 놓은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고 당일 눈이 내리는 혹한 속에서 작업이 강행됐다고 한다. 공기를 단축하라는 지시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온다. 인근 주민들이 공사장 상층부에서 합판, 쇠막대, 콘크리트 잔해물 등이 떨어지고 도로가 함몰돼 민원을 넣었지만 묵살당했다는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

더 큰 문제는 같은 대기업에서 비슷한 참사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불과 7개월 전 광주시 학동 5층 건물이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두 곳 모두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이다. 철거할 때도 붕괴되고 신축할 때도 무너졌으니 기술력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7개월 만에 같은 지역에서 같은 회사가 비슷한 안전사고를 낸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학동 붕괴사고에 대한 반성은 말뿐이었고,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시행됐는지도 의문이다. 시행사는 물론 관리·감독기관이 제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고의 근본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하고, 광주시는 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는 모든 공사에 대해 중지명령을 내렸다. 뒷북조치일 뿐이다.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등장한 재발방지 약속은 어디다 팽개쳤길래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는지 답답하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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